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긋따 Jun 27. 2024

친한사람은 0명입니다.

더 이상 무리하지 않으려구요.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힘든 건 무엇일까?

사실 조직문화, 낯선업무에 대한 적응, 불합리한 인사제도가 아닌 인간관계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출근하면서 매일 봐야 하는 사람들과 불편한 것만큼 신경쓰이게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주어진 업무를 잘하는 것 도 중요하지만 주변 동료와 상사와의 관계를 잘 다지는 것이 직장생활에서는 롱런하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모든 사람과 다 잘지낼 수 없고,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관계의 스트레스는 어찌보면 모두와 잘 지내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 또한 처음 입사해서 사내 세평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행여나 한 사람이라도 나에 대한 안좋은 평가를 내릴까봐 무언의 긴장을 가지고 한명 한명을 대했다. 이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내가 가진 역량과 잠재력을 알아봐주고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애쓰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선뜻 도와주는 귀인을 만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관계강박의 해소는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연찮게 나와 친한 동료들은 회사의 핵심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시간와 정성을 회사에 쏟는 그들이었기 때문에 밖에서 모여도 늘 이야깃거리의 주제는 회사였다. '어떤 직원이 이런 소문이 났고, 어떤 팀장님은 이런 스타일이고, 어떤 과장님은 누구와 친하고 등등...' 회사 실세들만 아는 이야기를 하나라도 놓칠까봐 모임이 있을 때면 무조건 참석하여 그들에게 집중하였다. 그들과 친하고, 그 모임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회사에서 나의 위치를 대변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만남이 잦아질수록 원인모를 공허함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이야기를 정말 내가 재밌어하는걸까?

어느순간 그들에게 맞추느라 홀로 서 있을 때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 관계를 5년이나 유지해왔지만 실질적으로 5년을 투자할 만큼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도 아니었다. 나무위키에서 '인맥'의 정의를 검색해보면 '취업, 승진, 자영업 등 무언가의 자문이나 기회, 실익을 보다 수월하게 수득할 수 있는 인간관계'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본인들보다 못나가는 동료에게 얻을만 한 것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늘 자문, 기회, 실익을 수월하게 줄까? 관계는 결국 서로에게 최소한 대등한 이익이 발생할 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일말의 기대감때문에 나를 잃어가면서까지붙잡고 있던 관계를 내려놓기로 하였다. 나를 지켜냄을 가장 최우선으로 하고나서 다음 관계들을 관리하기로 하였다. 그러자 신기하게 나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예전보다 훨씬 좋은 사람들로 새로운 관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로 주변을 채우다보니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관계의 주도권을 다시 쥘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이제 현재의 이 관계들 또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친한 친구는 0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관계에 연연하기 보다는 지나가는 시간과 함께 성장하는 나의 모습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나를 있는 모습그대로 보여주어도 편한가?

딱히 잘 맞지 않은데도 관계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면..., 가치관이 서로 다르지만 알고지낸 긴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락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혼자서 조용히 나를 되돌아보자. 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과 에너지가 내 인생의 어떤 소중한 것의 기회비용이 되고 있을 것이다.




긋따:) (@ geut__ta)

'추진력갑','끈기력장애'의 성격이지만,

죽기 일보직전에 진짜 꿈을 찾게되어

그 날을 위해 느리지만 충실히

오늘도 현생을 살고있습니다.

- 인스타그램 : @geut__ta

https://www.instagram.com/geut__ta/


이전 07화 직장 내 인간관계의 비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