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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Nov 11. 2023

가장 쉽지만 가장 복잡한 감정에 대하여

'사랑'

 여러분은 감정이 몇 가지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이 질문에 다들 '분노, 기쁨, 슬픔'같은 감정들을 생각하며 세고 계셨을 겁니다. 필자는 지체 없이 '셀 수 없다'라고 답하겠습니다. 단순히 이런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이것이다-라고 정의 내리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길에서 100원을 주웠을 때도 행복이고 복권 1등 당첨도 행복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과연 같은 의미로 넘겨짚어도 되는 것입니까? 똑같은 행복이지만 분명 다른 감정일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할 때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이 완전히 똑같은 순간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 순간 다른 감정을 느끼고 배우며 쌓아가는 삶. 모두가 매일 갖가지의 감정을 속에 쌓고 밖으로 뿜어내며 살아갑니다.


 그중에 저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적었습니다. 제 브런치에 올라간 140가지가 넘는 글과 이전에 사용하던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짤막한 글들의 주제가 대부분 사랑이죠. 내가 사랑을 많이 해봐서? 정말 남들이 생각하는 깊은, 진솔된 사랑을 해봐서? 절대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부족하게 사랑했고 얕은 물에서 놀았습니다. 절대 그 감정에 책임감을 가졌던 적이 없습니다. 단순히 연인관계에서의 사랑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태어난 이후로 무언가를 당당히 "사랑해 봤어!"라고 외칠 만큼 사랑한 적이 없습니다. 입에 맞는 음식이면 그냥 좋아했고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을 좋아했고 멋있어 보이는 행동과 모습을 좋아했습니다. 주변의 사람이 나쁘지 않으면 평범히 좋아했고 조금 예쁘거나 다정한 사람을 큰 생각 없이 좋아했고 나에게 잘해주는 부모님을 좋아했습니다. 비싸거나 최신의 물건을 좋아하고 의미 있는 순간을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나는 살아오며 수많은 분야에서 많은 것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사랑한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나요?-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습니까?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나열하면 한 시간 안에 a4용지 한 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것 없이 가운데에 오직 단 하나의 단어만 적지는 못합니다. 왜? 모르니까요. 가장 좋아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나는 어떤 음식을 사랑한 적이 없으니까요. 다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몇 번의 연애경험 속에서도 나에게 뜻깊거나 기억에 남거나 생각을 변하게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 순간의 감정과 분위기에 취해서 이성관계에 눈을 뜬 한 사춘기 소년이 있었을 뿐, 감히 누군가를 가장 사랑해 봤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저를 굉장히 바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생각나는 주제를 여러 개 적어두고 본인이 개중에 최고로 좋아하는, 사랑하는 것을 단 한 가지씩만 적어보세요. 과연 당신은 몇 가지를 적을 수 있을까요.


 그동안 적어온 사랑에 관련된 글 중에 통일성 있는 평가는 없었습니다. 사랑이 시작하는 아름다운 순간을 표현했었고 사랑에 접어드는 황홀함도, 그 끝에 다다라서 벌어진 집착과 추접함, 거기에 감히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는 추악함도 적었습니다. 이 모든 글에서 저는 사랑에 대해 말했습니다. '이 감정은 정말 감히 표현하기 어렵다.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우며 가장 깊으면서도 얕은 감정이다.'라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사랑입니다. 물론 조금 더 가볍게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에 좀 더 진솔하다면 사랑을 어렵게 여기지 않을 수 있으실 겁니다. 이 글에서 나타내고 싶은 것은 적고 있는 필자 본인의 생각 속이니까요.


 이전에 '모순덩어리'라는 브런치북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 속에도 사랑을 주제로 한 글들을 서른 가지를 담아 출판을 했습니다. 이는 내 이름이 적힌 책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었던 소망에 글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것들을 모아 모아 내어서 자랑이라기엔 부끄럽긴 합니다. 이 책의 부제는 '사랑이란 감정에 담긴 이야기'였습니다. 이번에 적고 싶은 것은 제가 적고 싶은 글입니다.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관련된 주제 하나에서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토로하고 싶습니다. 이 뒤에 나오는 글들에 필자의 주관이 상당히 많이 들어서 불쾌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분명 완전히 저만의 의견이며 강요나 단정이 아닌, 하나의 의견 표시일 뿐이라는 것. 이렇게 까지 적다 보니 사랑하는 것이 하나는 있는 것 같네요.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것'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은 좋으나 '이건 아닌데요. 저게 맞는데요.'같은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제 생각은 정답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생각도 정답입니다. 정해진 답이 없으니 모두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인 감정입니다. 모두가 정답을 알지만 타인의 정답을 맞힐 수 없는 감정. 그것이 사랑이니까요.


 이 전문의 마지막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생긴 것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브런치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의지박약인 면이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하나씩 올리는 책임을 강제로 질 수 있게 해주는 기분이라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략적인 줄거리와 시놉시스를 만들어놓은 소설이 세 가지나 있지만 무엇하나 길게 붙잡고 있지 못해서 세상에 알려지지 못할 것 같은 제 글들에게 미안하네요. 저도 이번 도전을 통해서 제가 적는 글에 대해서 어떤 것을 느끼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적어가다 나의 글에 대해서도 진실된 사랑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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