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학교 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던 곳은 학원이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로 부족해서, 그보다 더 앞서서 많이 배우기 위해서 다니던 학원은 언제나 끔찍했다. '돈을 내고 자유를 뺏기는 곳'이자 선생님들은 학교와 달리 학부모에게 '돈을 받고 가르치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결과가 필요했다. 강제성, 이 말 하나에 모든 것이 정리된다.
그 당시에 그렇게 싫었던 학원을 탈출한 지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누구의 제어나 강압성 없이 스스로 할 부분을 정하고 해야 할 일, 할 것을 정해가면서 매일을 나만의 생각으로 만들어가던 시간표가 익숙해졌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던 중 잘 안 풀리는 일을 만났다. 이 일을 풀기 위해서 선택한 것은 결국 도움을 줄 학원.
거진 10년 만에 다시 다니게 된 학원은 다니기 전부터 기분이 색달랐다. 오랜만에 공부를 제대로 하게 된다는 긴장감은 나를 자극했지만 그것을 강제로 누군가 시킨다는 것은 의욕이 살짝 저하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옛날 학창 시절처럼 학원이란 장소에 어떻게 보면 '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다시금 가진다는 것에 살짝 설레기도 했다.
항상 느끼지만 익숙함은 상당히 많은 감정을 지워낸다. 처음으로 맛보았던 콜라의 맛은 거의 매일같이 먹고 있는 지금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짜장면, 치킨 같은 자극적인 맛이 처음처럼 지금까지 미치도록 맛있을까. 전혀 다르다. 경험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으로 차 운전을 할 때에 가졌던 긴장감과 설렘, 진짜 어른이 된 것만 같은 기분과 내 마음대로 차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은 피곤하기만 한 일이지만 말이다.
학원을 다시 다니기 시작하는 것은 나에겐 새로움과 같았다. 잊고 지내던 감각을 다시 깨우치는 것은 거의 새로움과 다를 바 없었다. 과거에 이미 겪어왔고 이에 따른 힘겨움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다시 한다는 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수년간의 경험이 부르는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느꼈다.
이 이질적인 단어의 조합이 어색하다. 익숙하다면서 새롭다니, 모순이 아닌가.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나는 감정이 신기하고 재밌기만 하다. 또 그렇기에 나는 글을 쓰는 것을 놓지 못한다. 이런 것을 글로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재밌는지.
오랜만에 학원을 다니면서 약 3시간의 시간을 자리에 앉아서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필기하고 문제를 풀 때 정말 지루하고 피곤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하나씩 하면 할수록 뭔가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 나가고 있는 기분이었고 스스로 성장했다는 것을 누군가 인정해 주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아니라 현실로 보였으니 팩트라고 해야 하나?
본질적으로 여러 사람들과 한 공간에 부대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대략 60여 명의 학생이 있는 수강실의 수업시간은 조금 버겁지만 즐겁다. 학원을 오가는 시간은 조금 아깝지만 그곳에서 배운 것이 나에게 분명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 마저도 하게 만든다.
뭔가 기회만 있다면 배우긴 어렵겠지만 글도 누군가에게 배워보고 싶다. 문체나 분위기자체를 잡아내는 법을 배울 수는 없겠지만 쓰는 법정도는 배워서 상향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모든 사람들이 해봐서, 이미 알아서, 이미 느껴서 하지 않고 있던 익숙한 경험을 한 번쯤 다시 해봤으면 좋겠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색다른 기분은 상당히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