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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서

by 정다훈

진짜 선생님이 필요한 세상이다. 선생님보다는 스승이 필요하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 존재하는 가짜 선생님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잘못된 가르침을 이도저도 아니게 보이는 대로 따라 한다. 우리나라 사회는 옛날에 비해서 삶에 대한 자유도가 높아졌다. 당장 10년 전만 해도 정해진대로 교육과정을 거치고 대학 졸업 후에 학과에 맞게 취직해서 사는 것이 일반적을 넘어서 당연한 거였다. 그 외의 길을 택하는 것은 예체능에 대한 특출 난 재능 혹은, 괴짜들이나 가능한 것. 이 마저도 집의 재정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냐 없냐가 갈렸다. 가정형편이 좋지 못해도 자신의 재능에 대한 믿음으로 부족하게 시작해서 성공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이런 선택을 하기는 어려웠다. 우리나라 사회에는 각자 나이에 해야 하는 것들이 정해져 있었으니. 지금은 어떤가. 옛날에는 20대 후반에 취직도 못하고 있으면 사회에서 도태됐다는 듯한 시선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취직을 했니 안 했니 보다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를 묻는다.


이런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떤 길을 어떻게 가야 할지 정하는 게 중요해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던 재능이 보이는 일을 찾던 그걸 키워낼 수 있는 지침이 필요해졌다. 인터넷은 이런 정보가 넘쳐난다. 이미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성공한 사람들이 직접 쓴 글이 넘쳐난다. 하지만 여기엔 수많은 허수가 존재한다. 당장 시간이란 키워드와 관계된 자기 계발지침만 당장 찾아도 책, SNS, 영상 다 합쳐서 셀 수가 없다. 그럼 모든 글이 같은 것을 표현하나? 아니다. 각자의 방식이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모르는 것을 따라 한다. 맞든 안 맞든 성공한 사람이 말해준 거니까 괜찮겠지-하는 마인드로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옷을 억지로 입는다. 사회는 이제 특별한 ‘자신만의 무언가’를 가진 사람을 원한다. 근데 웃긴 건 직업이 있고 부수적으로 무언가가 필요하단 것. 뭐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을 때가 많다.


시간에 관한 얘기가 나왔었으니 예시로 써보겠다. 인스타그램의 릴스나 유튜브 쇼츠를 보다 보면 자기 계발이나 동기부여 영상이 종종 뜬다. 각 영상은 도전해라, 지금 당장 시도해라, 일찍 일어나고 목표를 가져라 등등 당연한 입바른 소리가 많다. 이 당연한 것을 안 하는 사람이 많고 이런 와중에도 ‘해야 하는데’하면서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이런 영상이 조회수가 나온다. 여기 나오는 얘기들 중에 안 좋은 얘기는 없다. 하지만 이걸 교보재로 삼아서 전부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일찍 일어나서 할 것을 하고 불필요한 것을 하지 않고 일찍 잔다. 당연히 어릴 적부터 들어온 좋은 얘기다. 하지만 당신에게 필요한 건 일찍보다 중간에 말들이다. 할 것을 하고 불필요한 것을 안 하기. 핀트를 단순히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것에 두지 말아야 한다. 해야 할 것을 한다면 목표의식이 분명히 있는 것이고 시도하고 있다는 뜻이니 생략하겠다. 만약 해야 할 것을 모른다-라고 한다면 다른 얘기가 된다. 그럼 또 무슨 얘기들이 나오나?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이를 수익화해라 같은 말이 나온다. 이래도 못 찾은 사람들에게는 어느 특정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어떠한 도전을 해서 이런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영상에 혹해서 ‘나도 저거나 해볼까?’하는 일이 생긴다. 실상은 그게 진실인지도 모르고 진짜여서 방식을 알려준다 해도 따라 하는 것도 어렵다.


맨 처음 나왔던 주제가 무엇인가. 진짜 선생의 필요, 삶의 자유도 향상. 그럼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자신의 꿈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꿈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이 엄청난 것일 수도 있지만 소소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럼 그 목표에 대한 노력을 하는 것이 맞다. 단순히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한 사람에겐 그런 식의 노력이, 가수가 되고 싶은 이에게는 저런 식의 노력이. 각자의 목표에, 성향에 맞는 노력이 따로 있다. 똑같은 사무직을 바라더라도 두 사람의 성향이나 방식의 차이에 따라서 목표로 해야 하는 기업이나 직무가 달라진다. 그러니 사람들은 각각의 형태에 맞는 올바른 선생님이 필요한 것이다. 웃긴 건 이를 잘해줄 것 같은 지침서가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가짜 선생들보다 AI가 더 잘 맞을 것 같다는 것. 실제로 옛날부터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제일 빨리 사라질 직업 10위안에 들던 것이 선생님이었다. 실제로는 다른 직업들이 더 빠르게 대체되었으니 신빙성은 잘 모르겠지만. AI에 자신의 성향이나 성취한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입력을 모두 해두어 자신만의 비서로 만들어두고 지침을 받는 것이 생각보다 효율적이다.


지금 사회에서 잘 다져진 포장도로로 가던 사람들이 갑작스레 이동수단과 도로가 없이 황량한 곳에 떨어졌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를 몰라서 갈팡질팡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먼저 길을 걸어봐서 도달한 사람들의 지침이 제일 절실한 법. 스스로 찾아내고 성공한다면 좋지만 안정성이 떨어지는 선택이니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지금 사회에 나와 있는 사람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자신이 바라는 것에 대한 확실한 지침서다. 당장 나만 해도 더욱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이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는 것이 현실. 다만 전과 달라진 것은 더 정돈되고 유명해져 있는 글을 따라 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 성공한 이들의 문체를 오마주 하면 비슷한 성공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비슷하게 따라 하거나 표현을 따라한 적도 있었다. 이리저리 따라 하고 변경하다가 순간 글을 쓰는 이유를 잃은 것 같아서 그만두고 그냥 나만의 문체로 쓰고 싶은 글을 써보자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글 자체를 학습하기보다는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라고 참고하는 정도. 만약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을 참고하고자 한다면 정확히 어떤 부분을 참고해야 할지 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보다 확실한 참고가 되는, 도움이 확실한 선생님을 찾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각자의 꿈이 각자의 방식으로 여유로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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