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관심을 친절이라고 착각한다. 타인에게 가지는 관심은 위로와 응원 혹은, 축하와 공감을 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서 이를 친절으로 생각해 타인의 삶에 지나친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상대가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하는 것,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위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타이밍이 존재한다. 아무것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이에게 ‘괜찮아, 잘될 거야.’ 같은 흔한 위로는 아무런 필요가 없다. 물론,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말을 안 하기에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이 되어버릴 바에는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되곤 하는 것.
관심이 있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의 거리를 존중해 주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하다. 이전에도 타인이 원치 않는 배려는 폭력에 가깝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를 조금 순화해서 반대로 말하면 자신이 마음 편하자고 하는 배려가 아닌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배려가 진짜 배려라는 뜻. 우리는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상대가 전부가 아니니 이해한다고 말하기보다,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며 거리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모든 상황에서 온전히 타인의 감정이나 생각을 올바르게 존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같은 상황이더라도 조금의 차이가 혹은, 경험이나 견해의 차이가 얽혀서 수많은 경우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상대가 스스로 감정을 정리해 내고 정말 조언이나 필요한 것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기 전에는 모르는 척하고 기다리는 모습이 필요하다. 만약 그가 당신을 정말 가까운 사람으로 필요로 할 때가 있다면 먼저 말해줄 것이다. 나 지금 힘드니까 위로해 달라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조언을 달라고.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그저 묵묵히 옆에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많은 친절이 된다.
이는 공감이란 논제가 잘 보여준다. 유행했던 MBTI의 T와 F를 예시로 들면, 그 당시 F의 공감법이 감정적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T의 공감법은 감정이 메마른 사람의 이해력부족으로 치부되곤 했다. 그 당시 ‘T발, 너 C야?’ 같은 말이 생길 정도. 시간이 지나서 사람들은 이건 뭐가 맞고 틀리고 가 아니라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점점 T 식 공감이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경우와 F 식의 공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모든 것은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가 아니라 타인이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친절과 배려하는 사람이 되고 싶을 때 항상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타인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얘기해야 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끝에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는‘으로 하나의 의견제시 정도가 되어야 한다. 정말 당신이 봤을 때에 잘못되었어도 그 상황에 있는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너무 과하게 타인과의 관계에 집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비해서 더더욱 가까운 사람과 의견을 나누는 것이 쉬워지고 편해진 세상에서 점점 의존하게 변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이 개인주의에 빠지면서 자신의 의견피력에 힘을 쏟게 된다면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배려가 아니라 자신의 입장표면만을 늘여놓는 것일지도. 친절은 꼭 다정한 말과 행동일 필요가 없다. 베푸는 당신의 입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상황이 중요한 것.
여러 번 얘기했듯 타인이 원치 않는 배려는 정말 안 하느니만 못하다. 내가 바라지 않는 배려를 받을 때면 정말 정신적 피해를 입는 기분이다. 나를 생각해 해준 행동에 대해서 불편함을 내색하기도 애매하고 다음부터 바라지 않기에도 못나 보인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은 그저 자신이 베푼 친절에 기뻐할 뿐이다. 배려하는 행동의 기쁨을 가진 사람은 생기지만 배려받아서 기뻐진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배려와 경청에 대한 부족함이 생겨난 세상이 되었다. 다시 한번 이를 배워내야 한다. 세상은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고 1인칭의 시점을 가지고 살아간다지만 공동체라는 운명에서 결코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되는 관점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당신이 주인공인 세상에 존재하는 NPC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