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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by 정다훈

'남을 평가하는 무지한 행동'에 지쳤다. 여기서 말하는 평가는 단순한 외모, 재력, 매력 같은 것보단 그 사람이 살아온 경험, 지식,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한 노력들에 대해 다루는 것에 가깝다. 타인의 삶을 보다 가까이 들여다보고 쉬이 접근할 수 있게 된 요즘, 자신의 것을 뽐내기 위해서 혹은, 타인의 잘난 결과물을 폄하하기 위해서 내뱉는 언사가 많이 보인다. 흔한 예로는 유명한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이 될 수 있겠다. 그들의 결과물을 모두 단지 재능만으로 치부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


성공에 대한 기준-이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왔다. 개중에 제일 혐오스런 부류를 '모든 도덕, 윤리를 뒤로 하고 오로지 과한 재물만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들은 모든 가치와 우선순위를 돈에 둔다기보다는, 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무시하는 상태에 가깝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이득이 되지 않는 부분에 있어서는 뭐랄까, 사회적으로 결여된 느낌?이 들곤 한다. 이 외의 경우인 타인의 결과물을 폄하하는 이들은 안타까운 부류다. 보통은 자신이 만든 결과물이 초라하다 생각하거나 실제로 초라한 경우의 이들이 많이 나타내는 형태이며 혹은 사회적으로 쉬이 나설 용기가 없는, 소위 말하는 도태된 이들이 주로 이런 부류에 속한다. '니가 뭔데 이건 이렇다고 분류를 하냐.'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내 개인적인 견해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이게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꼭 그런 상황이라고 해서 이런 부류로 빠져들지 않는 사람들도 여럿 보았기에 모두가 그렇다는 뜻도 아니라는 것.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평가가 오고 간다. 우리가 가장 떠들기 쉬운 가십거리는 역시 타인에 대한 뒷담이 아닐까. 누군가의 실패, 혹은 실수를 가지고 와서 웃음거리로 만들어서 시시덕하곤 한다. 헌데 이뿐만이 아닌 타인의 성공을 마치 우연인척,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이라며 끌어내리기도 한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할지라도 이를 입 밖으로 꺼내서 기정사실화 하는 것은 다른 의미다. 계속해서 성공과 실패를 예로 들어서 타인이 만들어낸 삶의 결과물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 같지만 사소한 것도 포함된다. 연애나 자격증부터 점심 메뉴까지 모든 것을 포함하는 얘기. 그 어느 순간에서든 나와 맞지 않은, 혹은 소수의 취향을 가졌거나 단순히 외적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하는 것. 타인의 모든 것을 점수로 환산해서 평가하는 것이 정말 무지한 행동이란 것을 알게 됐다.


나도 그런 가십거리를 아예 즐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스로 가진 열등감도 있었을 테고 남보다 잘낫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을 터, 그런 나도 이런 평가를 해오곤 했었다. 그런 와중에 점점 시간이 갈수록 느낀 것은 '아무리 그래도 남의 것을 내 마음대로 이렇게 생각해도 되는가?'였다. 남의 물건 같은 경우는 그렇게 소중히 대해주면서 왜 생각은 그렇지 않은 것인지. 그래서 생각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남들을 폄하하지 않을까-로 시작한 생각은 왜 점점 타인을 존중하지 않을까-로 마무리 됐다.


이 모든 것은 타인에 대한 존중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일터, 어쩌다 이렇게 변한 걸까. 꼭 이런 원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날이 가면 갈수록 타인에 대한 공감 및 존중이 부족해지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 타인의 삶을 어떻게 해도 다 이해하고 알 수 없음에도 얄팍한 점만 보고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 착각한다. 그 착각을 기반으로 자신의 내면에서 타인에 대해 모든 평가를 마치고 그 점을 곧이곧대로 믿고 대한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타인이 하다못해 정말 쉬운 자격증 하나를 취득해 왔다고 할지라도 그걸 하기 위해 노력하고 무언가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터인데 '고작 그거'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게 현실이라니.


이러한 측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현실은 바로 돈이다. 언젠가부터 인스타에 종종 공부를 하는 것이 멍청한 짓이라는 듯한 글이 보인다. 단순히 우리나라 교육의 실태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부에 재능 없어도 잡고 있는 것을 비방하는 글이 문제다. 대학을 중퇴하고 성공한 사례들, 고등학생 때 공부를 안 하고 놀고 하고 싶은 걸 하던 이들이 성공한 사례들을 가져와서 그 극소수의 사례만으로 '공부 안 해도 성공하는데 왜 함?'이라는 말을 꺼낸다. 진짜 공부가 필요한 사람들이 말하는 것 아닐까. 당신이 이런 극소수의 사람이 아닐 거란 보장은 없지만 그 극소수의 사람에 들어갈 보장도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더 많은 것을 하기 위해서 그 나이대에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정말 좋아하는 일이 있어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공부를 안 하고 그 길에 매진하는 것과 단순히 공부가 하기 싫어서 다른 것에 매진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사소하거나 당연한 것을 하찮게 여긴다. 타인이 어떤 부분에서 행복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끼는가 보다는 모두가 보아도 크고 값진 것을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누군가 나에게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패드를 100만 원 주고 사주는 게 기쁘겠는가, 아이패드와 함께 쓸 키보드를 15만 원 주고 사주는 게 기쁘겠는가. 나는 후자가 필요성에 의해 더 기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챙겨주기 위한 마음이 있는 이들이 고마울 것이다. 이런 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사소한 것을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 살면서 친구들과 나눈 잠깐의 얘기와 그 재미가 나를 한 시간 더 노력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모든 분야에 대해 얘기를 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사소한 것, 늘 있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자.'였던것 같다. 나는 항상 익숙함에 속지 않았으면 한단 말을 달고 산다. 이는 스스로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며 나에게 더욱더 발전해야 한다는 말을 혹은 이런 생각을 항상 가지라고 경고하는 것에 가깝다.


타인의 노력을 폄하하는 순간 자신의 노력은 더욱더 의미가 바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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