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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없다

by 정다훈

생각이 없으니 당연히 혁신도 없다. 이전 글, 가치관에 대해서 쓸 때 생각의 중요성에 대해서 적을 것이라 말했다. 중요성을 가장 쉽게 깨달을 수 있는 법은, 없을 때의 불편함을 일깨워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있을 때의 편리함을 강조해도 사용하지 않을 이들에게는 불필요한 편리일 뿐, 이미 사용해 버려서 그 편리함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되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좋다. 그렇기에 무료 구독으로 시작해서 월정액을 사용하게 만드는 상품이 심심치 않게 나오지 않았겠는가.


생각이 사라진다. 이건 이미 이전에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부터 이어져오던 현상이다. 각자의 아이디어를 짜내어서 개발하고 도전하던 때와 다르게 특출 난 아이디어 하나가 보이면 카피해서 모방한 제품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샌가 이전의 제조업에서 새로운 제품 개발보다 단순한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공급과다가 현재의 인터넷 세상에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터넷에 단 하나의 정보를 알기 위해 검색하면 똑같은 내용을 토씨나 관점만 조금 바꿔서 적어놓은 글이 쏟아진다. 사람들은 성공하는 법을 찾기보다 성공한 것을 이용하기를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움을 떠올리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졌다.


AI시대로 넘어온 시점, 예전에는 단순노동을 로봇에게 시키려 했었는데 이제는 생각하는 것을 AI에게 떠넘기고 있다. 예술은 이미 사진기와 전자음향장치로 죽어버린 지 오래. 더군다나 유지되고 있었던 색다름도 AI가 훨씬 빠르고 다양하게 표현해 내기 시작한다. 그러자 사람들은 '얘네가 아이디어도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떠넘기려 하지만 AI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들은 이미 있는 자료를 이용해서 재구성해줄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쉬이 뱉어내지는 못한다. 언젠가 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그럼에도 계속해서 기술에 기대고 있으니 새로움이 나올 리가 없다.


생각은 중요하다. 좀 더 명확히 하자면 상상력이 중요하고 어떤 일에든 사고(思考)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상상력이 단순히 망상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현 사회가 너무 각박해서 현실성 없는 모습이 철부지로 보이게 만드는 탓이 아닐까. 상상력은 어느 자리에서든 중요하다. 당장 지금 당신이 나중에 회의에서 어떻게 진행할지를 정하는 것도 상상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다른 참여자들을 대입시켜 상황에 맞는 진행과 대본을 만들어낼 터, 하지만 지금은 AI에게 '이런이런 회의할 건데 이런 주제로 대본 만들어줘.'하고 나온 거 틱틱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편리함에 속는 중이다.


또한 그 때문인지 점점 자신의 사고를 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난다. 연애로 예시를 들자면 인터넷 어 떠도는 수많은 사례들로 정해진 답안지들이 생겨있다. 이를 택하지 않는 것을 연애를 못하는 멍청한 놈으로 만들어버리는데 대체 사람이랑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인지 학습된 AI랑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서로 지극히 원초적인 감정을 맞대고 있어야 할 것을 모든 상황에서 인지와 손실을 따지면서 계산된 답을 내놓는 것이 옳은가. 뛰어난 연예인보다 안 예쁘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내숭을 안 떤다고 해서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뿐. 그런데 당장 앞에 있는 당사자에게 물어보지 않고 인터넷에 검색하는 심리는 무엇인가.


실천하라는 말에 빠져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그만둬라. 충분한 생각이 기반된 실천이 의미가 있을 뿐, 아무런 생각 없이 뛰어든 실천이 효과를 낼 리 만무하다. 세상은 지금까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왔다. 그렇기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받아들인 기술이 많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많다. 이에 도태된 이들이나 또다시 새로 나올 기술들에 적응할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도 생긴다. 하지만 이미 기술의 발전은 단순함으로 빠져들었다. 새로운 것이 아닌 이전의 것이 발전된 것. 그렇기에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한다. 당장 50-60대만 봐도 새로운 기술인 스마트폰과 색다른 인터넷이 어렵지만 적응했다면 AI를 쉽게 활용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기에 나는 생각이 죽어서 혁신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뭐 이렇게 말하는 너는 새로운 게 있냐, 그렇게 잘났냐-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나도 그저 발전된 기술에 적응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 다만 그동안 인류가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주도적 사고로 떠올린 색다른 아이디어가 훌륭한 이공계의 실천으로 이어져왔기에 가능했다는 것. 검색엔진이나 AI가 알려주는 정보가 아닌. 언젠가 또다시 스티브잡스 같은 이가 나타나서 혁신을 선물해 줄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생각하는 방법을 잊으면 안 된다. 만약,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못한다면 그런 사람은 나올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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