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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을 다하는 남자 Oct 10. 2023

'직업 없는 직장인'이 직장에서 버려야 할 것


인정과 고과는 일하는 목적이 아니라 
결과가 되어야 한다.

- 최선을 다하는 남자 -



다음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지만, 제가 굳이 스트레스 받으면서까지 '맹목적으로' 추구하지 않기로 한 것들입니다.


1. 인정과 고과


저는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상사에게 인정도 받고, 고과도 잘 받고 싶었죠.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결국 '열심히 일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자기를 잘 어필하는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직장인이라면 필연적으로 '꾸며낸 모습'이 필요합니다. 상사에 대한 로열티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내가 한 일을 얼마나 괜찮게 포장했는지 어필하는 게 인정과 고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니까요.


하지만 저는 인정과 고과가 일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정과 고과를 잘 받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제가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면 인정과 고과가 결과로서 따라와야 하는 거죠. 그렇지 않고 인정과 고과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면, 내 커리어에 도움도 되지 않고 제대로 된 성과를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거짓말 치듯 상사만 만족시키는 경우가 생깁니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회사보다 더 큰 차원에 존재하기로 한 사람들이잖아요. 또 직장에서 인정받는 것보다 능력을 키우는 데 더 집중하기로 한 사람들이고요. 따라서 인정이나 고과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꾸준히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 됩니다. 만약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냈는데도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가 지금 다니는 직장과 FIT이 맞지 않거나 평가체계에 문제가 있는 거겠죠. 그때는 아쉬움 없이 그냥 다른 회사로 떠나면 됩니다.


2. 평판


직장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평판이라는 것에 지나치게 얽매여 남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과 사람에 대해 진실성 있는 태도를 보이면, 당장의 평판과는 무관하게 언젠가 그 사람의 가치가 드러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주변에는 실제로 평판이 좋은 사람도 있고, 자기가 평판이 좋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두 부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성의 좋고 나쁨입니다. 인성이란 나보다 윗사람,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만 예의를 갖추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것입니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드러난다(사무엘 존슨)"


자기가 평판이 좋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후배들이나 영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예의를 차리지 않습니다. 대신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하고만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죠. 그들은 머릿속으로 사람들의 등급을 매겨 차등적으로 대하고, '높은 등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게 직장 생활을 잘 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길게 봤을 때 결국 인성의 밑바닥이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하루에 긴 시간을 근무하는 직장에서 이들이 누구를 어떻게 대하는지 단편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고, 또 이들이 함부로 대한 후배들도 훗날 점점 중요한 차리를 차지하기 시작할 거니까요. 그때는 후배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겠지만, 그때껏 형성된 이들에 대한 이미지는 바뀌지 않겠죠.


만약 직장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만 골라 잘 지내는 게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면, 저는 딱히 그런 평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태생적으로 누구 비위를 못 맞출뿐더러 누구한테 잘 보일 목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평판에 얽매여서 굳이 불필요한 친목질을 할 필요도 없고, 필요한 갈등을 피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고, 내 할 일만 똑바로 하면서 다른 사람의 업무도 잘 도와주다 보면, 평판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평판도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3. 사람에 대한 기대


이건 좀 슬픈 이야기인데, 저는 직장에서 사람에 대한 기대를 버렸습니다. '내가 예의 있게 대하면 상대도 나를 예의 있게 대할 거라는 기대'나 '내가 상대를 도와주는 만큼 상대도 나에게 더 협조할 거라는 기대' 말입니다. 저는 백화점 산업의 특성상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간단한 일을 하더라도 여러 사람의 협조를 구해야 하고, 일이 복잡해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여기에 관리자로서 평소에 10여 명 정도 되는 인력을 관리해야 하고, 때로는 비상식적이고 무례한 고객들의 컴플레인까지 처리해야 하죠. 이 때문에 사람으로 인한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제 목적에 맞게 사람들을 움직이고자 때로는 원칙적으로 대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적으로 친분을 쌓거나 업무적으로 불편한 점들을 해결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제가 느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달려 있으면 언제든지 쉽게 태도를 바꿀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웃으면서 친하게 지내더라도,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적대관계로 바뀔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를 인격적으로 존중하기보다 '상대의 영향력'을 존중한다. (사람들은 영향력 없는 상대를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피해를 줄 수 없는 사람'이 베푸는 호의를 별로 고마워하지 않는다. (조건 없는 호의를 감사히 여기고 보답할 줄 아는 것은 10명 중 1명이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이야기했나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세 가지 모두 어느 정도 인간의 본성에 맞닿아 있는 특성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특성들 때문에 직장 안에서 서로 쓸데없는 기싸움, 정치질, 뒷담화 등이 벌어지는 것 같고요. 그런데 저는 이런 것들에 시간과 감정을 별로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누가 저를 안 좋게 대하면 어떻게든 그 사람의 태도를 바꾸려고 하거나 이겨먹으려고 했었는데, 요즘은 그냥 '아, 이게 저 사람의 본성인가 보네'라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물론 직장 안에는 좋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제 주변만 하더라도 업무적으로, 인성적으로 배울만한 점이 있는 사람들이 많죠. 다만,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는 필연적으로 위의 세 가지 특성을 가진 사람들도 있기 마련인데, 굳이 그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거나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오만이고, 사람들이 마땅히 다 예의 있고 올바르다고 가정하는 것은 굉장한 착각입니다. 사람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해줄 것만 해주고 받을 것만 받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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