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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Jul 28. 2020

좋아서 뱉은 거야

주인이는 오늘도 친구들을 둘러본다. 

주아가 어디있나 살피는 중이다. 

오늘은 주아에게 가서 침을 뱉었다. 

주아가 소리를 지른다. 

주아가 반응을 시작한다. 

와 주아가 나에게 말을 한다. 

나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너무 신나고 기분이 좋다.

어제는 주아에게 가서 '가슴 만지면 어떻게 돼?'라고 물어서 

주아가 나에게 꽥 소리를 질렀다.

지난 번에 허벅지를 슬쩍 만졌을 때 보다는 반응이 약했지만...

나는 주아가 나에게 대답해주고 말해 주는게 너무 행복하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주인이는 오늘도 통합교육지원실에 와서 나에게  교복  사진을 프린트해달라고 조른다.

반 아이들 중에 마르고 키 큰 여자 아이 하나를 골라 모델로 삼고  그 아이의 교복 입은 모습을 그려야한댄다

그래서 아이돌들이 입은 스마트 교복 사진이 필요하단다. 

주인이가 요즘 가장 즐겨하는 취미 생활..교복입은 친구 그리기 

교복의 주인공인 주아는 너무 싫다고 몸서리를 치는데도 주인이의 주아 그리기는 끝이 없다.

주아가 싫다고 인상을 쓰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주인이에게는 그저 기분 좋은 반응일 뿐이다. 

친구가 내게 말을 걸고 있다는 기쁨이다.

주인아 그건 진짜 주아가 싫어서 하는 거라고 몇번을 설명해도 소용없다.

주인이는 좋아하고 관심있는 아이에겐 음료수를 쏳고 침을 뱉고 몸을 만지고 위아래로 훓어본다.

그래서 친구가 '주인아' 하고 부르는 소리가 주인이에게는 어떤 소리보다 달콤하다.



주인이는 내가 본 많은 자폐를 가진 친구 중에서도 가장 똑똑한 친구였다. 

자폐성이 강했지만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매우 빨랐다.

본인이 불리할때는 했던 일도 안했다고 말할 줄 아는 유도리도 있는 아이였다

고집도 있었지만 교사가 화내고 소리지르는 것을 제일 무서워했다

집에선 모든게 주인이 위주였기 때문에 한번도 그 누구도 

주인이에게 정식으로 화를 내거나 훈육을 한 적이 없었다.

다만 엄마는 계속 이야기했다.

'주인아 침 뱉지마라. 친구한테 소리지르지 마. 여자 친구 가슴 만지면 학교 못다녀

여자친구들 허벅지 쳐다보지마. 여자친구랑은 이야기도 하지마 절대 근처도 가지마 "



친구가 너무나도 좋은 주인이 

친구랑 너무 놀고 싶은 주인이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하고 힘들고 무서운 처방전이었다.

친구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가는 법을 모르는 주인이에게는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었다

친구랑 말만 할수 있다면, 친구가 나를 바라볼수 있다면 그게 어떤 방식이든 좋았다.

그런데 엄마는 하지 말라고 했다. 매일 집에 가면 그 이야기만 한다. 

하지마라 하지마라 하지마라.


주인이에게는 하지말라는 이야기가 하라는 이야기만큼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왔다.


매일 매일 성희롱,성문제가 언급되는 예민한 중학교 시기의 학교에서 

주인이의 행동은 강제전학도 가능할 정도의 큰 문제였다. 주인이가 문제삼기만 하면 

금방 주인이는 정든 학교를 떠나야할지도 모른다. 

본인의 방식을 죽어라 고수하는 주인이에게 무엇보다 긴급처방이 필요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렸다. 

'어머니 주인이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건 긍정적 피드백입니다. 

일절 학교에서의 행동에 대한 금지사항 지적을 멈추세요 

그리고 아주 작은 거라도 좋으니 주인이에게 칭찬을 시작하세요.

주인이는 이미 너무 많은 부정적 지적을 받았어요

실패경험이 너무 쌓이다보니 오히려 그것으로 자극을 즐기는 방향으로 전환이 되어 버렸습니다. 

여기서 멈춰줘야 됩니다. 

매일 매일 작은 부분이라도 칭찬을 해주셔야 해요 

그래야 주인이가 칭찬에 반응하는 법을 배울수 있습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학업능력이 부족하고 혹은 일반아이들과 발달단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 주인이는 너무 하지말라는 일이 많았어요"


자라는 과정에서 주인이 스스로 겪는 실패경험도 버거웠을텐데 거기에 부정적 피드백도 더하니..

그냥 에라 모르겟다 이렇게라도 친구를 사귀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라도 아이들이 내게 반응할 수 있다면 그거라도 좋다고 생각했겠지

주인이의 지난 시간들이 너무 아프게 느껴졌다. 

오랜 시간동안 주인이는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주인아 안녕 오늘 아주 세수가 잘되었나봐 얼굴이 뽀송뽀송 피부가 너무 좋다.

주인아 오늘은 교과서를 잘 챙겨왔구나 진짜 수업준비도 잘한다. 주인이는 

주인아 영어시간에 영어실에 혼자서 이동했어 진짜 멋지다 

주인이가 수업준비를 벌써 해두었네 역시 모범생이다. 이주인 "

만날때마다 날리는 작은 칭찬에 주인이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주인아...매일매일 우리 좋은 말의 씨를 먹고 쑥쑥 자라자.



수업이 시작되고 나는 주인이와 함께 긍정노트를 크게 외치며 수업을 시작한다. 

'나는 잘생겼다. 나는 멋지다. 나는 잘 먹는다. 나는 잘 논다. 친구들은 나를 좋아한다. 나는 친구들을 좋아한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사랑받는다.내가 최고다.'


긍정의 열매들을 쏙쏙 따먹으며 주인이 마음에도 긍정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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