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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Jul 22. 2020

너는야 희망찬

혁이가 처음 1학년으로 우리 반에 왔을 때 생김새가 귀여운 아이였다. 딱 생김새만 귀여운 그런 아이? 선생님에게 배려를 받아도 고맙다고 말할 줄 몰랐고 친구들이 자기를 도와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특수학급 만든 물건을 가져갈 줄은 알았지만 자기의 과자 한쪽은 나눌 줄 몰랐다. 친구들이 귀여워 하긴 했지만 혁이의 뭔가 부족한 잘난 척에 친구들은 불편해했다. 일단 혁이의 이쁜 짓이 필요했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기본이니 혁이에게 칭찬카드를 주기로 했다. 수업을 열심히 듣고 담당 과목 선생님께 수업을 잘 들었다는 칭찬 쪽지를 받아서 모아 오면 혁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팽이를 사준다고 약속했다. 욕심 많은 혁이는 순하고 인심 좋은 선생님만 골라 칭찬 쪽지를 받아왔고 선생님들께 칭찬 쪽지를 강요? 하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예쁜 말을 사용하고 친구의 칭찬 쪽지도 받아오게 하고 특수학급 수업에서는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생각의 그물을 확장했다. 친구에게 ‘안녕’이라는 말 이후엔 해야 할 말을 망설였다. 그래서 비 하면 생각나는 것들, 아침 하면 생각나는 것들을 하나하나 적어 보게 했다. 이야기 확장을 위해 교실에서 자주 단어를 설명하고 과목의 핵심 개념을 친구들에게 짧지만 단어로 설명하고 사물을 말로 설명하게 했다. 그리고 매일매일 칭찬했다. “ 우리 혁이는 이름이 혁이가 아니야 희망찬 혁이야.. 우리의 희망 희망찬 너는 정말 멋져. 오늘도 친구들과 잘 지내고 왔다니 대단해. 참 멋지다.” 그리고 매일 와서 수업 시작 전에 자신감 살리기 문장을 크게 낭독했다. “ 나는 멋지다. 나는 잘 생겼다. 나는 친구가 많다.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 나는 친구를 사랑한다. 나는 사랑받는다. 모두 나를 좋아한다. 내가 최고다.” 교실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고 자신 있게 크게 웃는다. 아이들의 얼굴이 발그레 진다.


그렇게 혁이는 3학년이 되었다. 3년 동안 매일매일 달라지는 혁이를 보는 기쁨은 정말 컸다. 조금 더 동그래지고 조금 더 불쑥 나온 혁이의 배만큼 혁이의 마음도 자라고 자신감도 커졌다. 혁이는 그렇게 인싸가 되어 갔다. 남들이 보기에 전교 300등이 299등이 된 것만큼 아주 작고도 미묘한 변화였다. 하지만 혁이의 수학 1점짜리 도전보다 더 작고도 작은 변화를 보는 것으로도 나는 교사로서 충분했다. 원반 담임 선생님도 몰라보고 매일 만나는 엄마도 몰라보는 정도의 미묘한 변화였지만 혁이의 앉는 태도가 달라지고 친구를 바라보는 0.001초 찰나의 눈빛이 달라짐을 캐치해서 다시 칭찬해주고 북돋워주었다. 엄마도 모르고 아이 본인조차도 모르는 그 변화가 너무 즐거워 여드름 가득한 녀석의 볼을 얼마나 꼬집어 주었는지 모른다. 잘하고 있다. 잘 크고 있다. 그래 혁아 그거면 됐다.





너는 역시 나의 희망 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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