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아 중학교 들어와서 아이들이 때리거나 학교폭력이라고 느끼게 한적이 있었어?"
"네 있었어요"
얼마 전 정서행동심리검사 결과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표시한 해인이의 해인이의 상담날이다.
"언제 그랬어?"
" 네 그게 언제냐면...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이 피구하는데 계속 저만 맞추라고 했어요."
"그래? 그래서 기분이 어땠어?"
"기분이 나빴어요. "
"그랬구나"
"그리고 또 6학년때 체험활동 갈때 저랑 같은 모둠이 된 애들이 얼굴 표정이 싫은거 같았어요."
"그래. 그 표정이 어땠는지 따라해 볼수 있어?
" 아니오"
" 그건 아니고.. 그때 해인이 기분이 어땠어?"
"싫었어요."
"또 있어요. 초등학교 때 현장체험학습 갈때 제 옆에 앉는다는 친구가 한명도 없어서
선생님하고 같이 앉아서 갔어요"
"진짜? 그랬구나 그때 기분이 어땠어?"
"짜증 났어요"
"아 그랬구나 짜증났구나"
"그런데 중학교에 와서 친구들이 기분 나쁘게 한 적이 있었어?"
"아니요"
해인이의 중학교 친구들은 모두 친절하다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마스크 쓰고 멀찌기 앉아서 수업만 듣고 가는 상황이었다.
누가 누구인지도 서로가 친해질 기회도 갖지 못한 아이들
학교폭력을 말하기엔학교에 나온 시간이 3주밖에 되지 않았다.
학교폭력 때문에 상담받던 해인이가 정작 제일 먼저 상담실에서 내게 꺼낸 말은
"선생님 내일 동아리 친구들 뽑아야하는데 어떤 친구들로 뽑죠?"
해인이에게는 학교폭력보다도 어떠한 언어폭력보다도
모둠활동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해인이는 장애인 등록증이 없었다.
실시간 수업을 할때도 제법 똘똘했고 원격수업도 원반수업 내용을 다 소화했다
.물론 앞서나갈 정도로 다 이해한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따라갈수 있는 힘이 있는 아이였다.
상담실에서 보여준 것처럼 아이들의 미묘한 분위기나 표정변화도 살필수 있는 아이였다.
공부가 조금 뒤쳐지긴 하지만 장애로 분류될수도 분류되어서도 안될 아이였다.
그런데... 해인이는 왜 특수학급에 오게 되었을까?
해인이 담임선생님과 오늘 상담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아리 정하는 것부터 친구들의 분위기까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니
말씀하실때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하시는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담임 선생님은 어렵다고 하셨다
차라리 차이가 확 나서 '저 아이는 장애다'라고 생각하면 아이들이 인정하고 도와줄수 있는데.
애매하게 경계면 괜한 오해가 생길수 있는 부분이 있고
별거 아닌 거에 왕따니 어쩌니... 본인의 피해의식이 발동하면 사실..어렵다고..
동아리 친구 뽑을때도 친한 친구는 아직 없으니 친구 없어서 못 뽑았다고 하지 말고
그 뽑힌 친구와 친하게 지내면 된다고 설명해 주시겠다고 했다.
매번 이렇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과정이 있으니.....참 어렵다시며
내가 판단하는 정상 혹은 멀쩡하다 혹은 괜찮다의 차이와
일반선생님들이 받아들이는 정상의 차이가 순간 너무 크게 와 닿았다.
나는 수민이 정도면 멀쩡하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반에 안오고 일반에서 버틸수 있으면 버티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일상과 어울려져 살아야 하는 게 인간이기에
부족해도 다양한 감정을 맞딱드리고 버텨낼 수 있기를..
하지만 뭐 일반 아이들 왠만한 아이들과의 성장 상태를 비교해보면
사실.. 뭐 멀쩡하다는 말이 웃길 정도긴 하지만..
그냥 조금은 속도가 느리고 조금은 예민한 그런 아이로 받아달라 하면
나의 욕심이려나.........
동아리 친구들 고르는 날.....
해인이는 떨리는 마음으로 교실에 앉아
친구들을 휘리릭 한번 돌아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