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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Jul 31. 2020

이얀샘 찾습니다.

"혹시  @@ 중학교에서 계시던 이얀 선생님 맞으세요??"

교실로 걸려온 전화기 너머 건장한 청년의 목소리 

" 네 맞는데요. "

"선생님 저 민호에요"

"민호?민호라고?"

"네 저 모델이 되었어요. 샘을 수소문해서 얼마나 찾았게요"



민호는 처음 발령받은 일반중학교 특수학급에서 만난 친구였다. 

민호는 건강장애였다. 

단백질 대사를 시키지 못하는 희귀병으로 우리반에 관리 차원에서 입급되었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특수쌀과 단백질이 포함되지 않은 온갖 나물들로 늘 도시락을 싸던 아이 

그래서 늘 현장학습 갈때마다 친구들이 시켜먹던 음식을 먹고 싶어 눈물 흘리던 아이 

그게 또 짠하고 안쓰러워 언제나 대화를 많이 많이 나눴던 아이였다.

지적장애랑은 다르게 일반 아이들의 시선, 다름, 차별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던 아이였기에 

더 예민하고 민감하게 감정을 받아주고 다독여야 했던 아이 

그런 민호가 모델이 되었다고?

어느새 세월을 세어보니 민호가 25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되었으니 무슨일을 하고 있는게 

맞긴 한데..그렇게 수줍음 많던 녀석이 모델이 되었단다.


" 선생님 고등학교 졸업하면서부터 선생님 흔적을 찾았는데 찾을 수가 없었어요. 

도대체 어찌 된 일이에요?

"응 선생님이 너 졸업하고나서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하느라 학교를 많이 쉬었거든. 

복직한지 얼마 안되었어

그래서...어떻게 지냈니?"

" 고등학교에서도 반항 많이 했죠. 

그러다가 졸업하고 하고 싶은 일 찾아 모델이 되었어요. 

아직 유명하지도 않고 작은 역할이지만 재미있어요. 

한번 찾아뵙고 그 간의 일 말씀드릴께요

 학창 시절하면 샘이 가장 많이 떠올라서 꼭 뵙고 싶었어요"

민호는 나에게도 말이 제일 잘 통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제자였다 

민호의 연락에 설레임을 가득안고 민호와의 약속 날짜를 세고 또 세며 민호를 기다렸다.



약속한 날 민호는 모델답게 큰 키에 마른 몸을 하고  작은 곰인형을 사들고 학교로 찾아왔다. 

학창 시절 생각하면 아쉬운 점도 많고 그때는 참 철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래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많다고 했다. 

그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 해주면 되겠다 우리반 애들 모아올께 기다려봐 

한창 반항이 심한 중학교 녀석들이었기에 특수학급을 졸업하고 저렇게 반듯하게 살고 있는 

선배가 있다는 것이 큰 자극이 되겠다 싶어 얼른 아이들을 모았다. 


"후배들안녕.. 나는 이민호라고 해 나도 너희들과 똑같이 특수학급을 졸업한 형이야"

멀끔한 형이 나타나 이런 이야기를 꺼내자 아이들은 기대에 찬 눈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먼저 바르게 앉아. 지금 자세가 비뚤어지면 몸이 비뚤어지니까 바른 자세 

그리고 나도 특수학급에 있을때 힘들었어. 친구들이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들 나만 다르다는 생각 

그런 생각으로 방황도 많이했지. 그때 이얀 선생님의 말씀이 참 많은 도움이 되었어 

졸업하고 느끼는 거지만 특수학급에서 느끼는 이런 감정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사회에서는 혼자 헤쳐나가야할 어려움들이 엄청 많아. 

그러니까 단단해 지길 바래. 이 정도의 어려움은 괜찮다. 그리고 나는 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해 

뭐듡 도전해보고.. 두려워하지 마 실패해도 괜찮아 학교 다니면서 하는 실패는 얼마든지 .

사회 나가서 도움이 되니까. 특수학급에 있다고 움츠러들지 말고 

특히 선생님 말씀이 많이 도움이 되니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

지나고 보니 그때 선생님 말씀 더 잘 들었으면 형도 더 잘 되었겠다 싶을 때가 많아. "


아이들에게 평소에 내가 하고 싶고 해주고 있던 이야기를 선배의 잎으로 살아있는 언어로 

표현해주니 아이들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질문?"

"어떻게 하면 모델이 되요? 선배도 진짜 힘들었어요?"

아이들은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고 

동병상련 마음이 통했음인지... 이물감없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속내를 내놓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놀릴때 힘들어요. 친구들이 장애인이라는 말을 할때 싫어요."

아이들은 여기 저기서 쑥쓰러운듯 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민호는 하나하나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내가 위축되면 아무것도 못해. 눈치 볼 필요도 없고.용기를 내 

학교 다닐때는 그래도 돼 "


또랑또랑 민호의 이야기가 끝이 나고 아이들은 돌아갔다.

"고생 했다."

"아니에요 후배들에게 이런 말 꼭 해주고 싶었는데 말해줄수 있어서 마음이 후련해요.

저도 학교 다닐때 선생님 말씀 더 잘 새겨들을껄 그랬어요. 

괜찮아 용기 내봐라고 하셨을때 더 그러지 못했던 게 후회되요?

" 아니야 민호야.. 너는 선생님이 보니까 충분히 잘컸어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고맙고...

너의 건강하고 밝은 앞날을 더 더 기대해도 될꺼 같은데?

모델 생활은 어떠니?"

민호와 지금의 나 지금의 녀석의 생활을 한참 동안 이야기 나눈후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제자가 없다는 특수교사에게도 몇몇 연락 오는 녀석들이 있다. 

학교 다닐때 말썽을 피우던 녀석들일지라도 그렇게 공손하고 다정할 수가 없다. 

장애인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문제를 일으키며 지하철에서 길에서 돌아다닐때마다 

나는 그들의 학령기가 무엇을 가르쳤던가 늘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늘 같은 날은 그 짐을 내려놓고 나의 특수교사 생활을 맘껏 즐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정말 몇 안되는 날이었다. 

"민호야 고마워..네가 와줘서 샘이 또 다시 달릴 힘이 난다."

제자 없는 특수교사에게 몇 안되는 빛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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