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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Jul 31. 2020

저 죽어버릴꺼에요

"선생님 민아가 더 이상은 학교에 못다닐꺼 같아요.

고등학교는 의무교육 아니니까 일반교육대상으로 돌려서 자퇴처리 하려구요"

고1 민아의 학교 생활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내가 민아를 처음 만난 건 민아가 중3때였다. 처음 만났는데도 " 선생님 "하면 다정하게 안기던 민아는 

학교의 슈퍼스타였다. 모르는 선생님이 없었고 모르는 학생이 드물었다 

복도에서 만나면 늘 씩씩하게 인사하고 밝게 웃으며 붙임성 있게 대하는 민아는 트러블메이커로 유명했다. 

민아를 만난지 몇일 안되서부터 나는 집으로 민아를 데리러 가야했다 

첫날 그렇게 밝았던 민아의 모습과 들게 아침이면 일어나지 않고 학교 안오겠다며 온갖 핑계를 다댔다 

나또한 잦은 무단결석은 용납이 안되므로 온갖 유혹으로 민아를 꼬셔가며 학교에 데리고 와야했다. 

엄마도 아빠도 집에 있었지만 민아가 학교에 가는지 오는지 아무 관심도 없었다.

민아 집에는 민아 오빠방은 멋지게 차려져 있어지만 민아방은 거실이었다 

거실에 나와서 밤새 게임하다가 늦게 자고 그러니 일찍 일어나서 학교오는게 쉬운일은 아니었을거다 .

민아야 어여 나와 놀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몇번의 전화와 문자로 민아는 겨우 일어나서 

1교시가 넘을 시간에 학교에 왔다. 그리고 나선 또 씩씩하게 웃으며 온갖 교실을 다 돌아다니고 

온갖 참견을 다했다. 1학년에게 돈을 빌리고, 2학년에 가서 체육복을 빌렸다. 

민아와의 대화가 필요했다. 민아를 불러 특수학급 교실에 나란히 앉았다. 



" 민아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드니?" 

다정한 목소리로 대화를 시작하며 마주 앉아 민아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왼쪽 팔목에 불룩하니 상처자국이 나 있다 

면도칼로 여러번 그은 듯한 자국이었다.

"민아야 이거 왜 이래 다쳤어?"

"아니요 제가 칼로 그었어요 죽어버릴려구요"


학교에 긴급으로 연계해서 신경정신과 상담을 예약해서 민아를 데리고 갔다. 

가끔 우울할 때마다 칼로 손목을 긋는다거나 창밖으로 떨어져 버리고 싶다는 민아는 긴급사태였다.

정신과의사는 민아와 몇마디를 나누더니 지적장애와 우울증이 섞여 있는 학생이라 다루기 쉽지 않다며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죽을 생각도 없지만 습관적으로 손을 긋는다고 했다.

전체적인 가족상담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민아는 머리카락도 스트레스성 탈모로 듬성듬성 빠져있었구나 

민하는 머리카락도 화가 날때 스스로 칼로 잘라 버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이야기를 전해들은 민아의 엄마는 무덤덤 무관심 그 자체였다.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도 잘 안되네요"

그 한마디가 다였다.


사랑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었던 민아는 일년 내내 나의 단짝이 되었다. 

아이와의 밀당을 애인과의 밀당보다 더 자주 겪었다.

아이는 우울했다 기분이 좋았다가 널뛰듯했고 그 기분에 맞춰서 아이에게 반응해야했다

충분한 애정표현 아니 넘치는 애정표현은 기본이었고 하고 싶다는곳 가고 싶다는곳 

민아에게 맞춤식 교육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나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했는지 민아의 감정기복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지해주시면 민아 똘똘한 아이니까 

좋아질수 있습니다."

숱한 메시지와 전화통화에도 엄마는 묵묵부답이었다.

민아가 안쓰러워 학교에 오면 더 안아주고 지지해주었다. 

민아는 그렇게 따스하게 중학교 생활을 마쳤다.


민아의 고등학교 특수학급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온것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다.

민아는 여전히 학교에 오지않았고 엄마아빠는 민아의 등교에는 무관심했다.

민아는 어찌 저찌 하다가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바로 이어진 가출은 몇달동안 지속되었다.

그리고 더이상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다는 본인들도 어찌할수 없다는 민아 부모님의 연락이 왔단다.

민아는 그렇게 자퇴를 했다. 그리고 한동안 어디에서도 민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카톡 소리에 핸드폰을 확인했다. 

"선생님 카톡 프로필 이쁘네요"

김민희라는 이름의 아가씨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 선생님 저 민아에요 김민아"


민아에게서 연락이 온것은 그로부터 7-8년이 지나서였다. 

"선생님 전화번호 안바뀌어서 카톡에서 찾았지요 

저 지금 핸드폰 판매일 하고 있어요. 월급 날 선물 나서 선생님 찾아뵐께요"


카톡 프로필을 보니 진한 화장에 긴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그렇지 그 민아가 확실했다. 

"민아야 잘 지냈어? 그래 반갑다 한번와"



민아의 월급날은 일년에 한번 뿐인건지...여전히 민아에게서는 월급 받았다는 연락도 

찾아온다는 전화도 없었다. 다만 내 카톡 프로필이 예쁜 내사진으로 바뀔때마다 

민아는 "샘 예쁘네요. 월급날 선물사서 찾아갈께요"라며 카톡을 보낸다. 

여전히 민아의 기분이 들쑥날쑥인지 어떤지 알수는 없지만 

민아가 그때 나를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혹은 엄마 아빠가 조금만 더 민아손을 잡아주었다면 

민아는 좀더 행복했을까라는 의문아닌 의문만을 남긴채 민아의 카톡을 바라본다. 

언제쯤 아니 진짜 민아의 얼굴을 볼수는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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