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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Aug 04. 2020

삐에로 인형

유진이는 매일 웃고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희미한 미소를 짖고 있는 유진이

때로는 입 밖으로 침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미소짖고 있던 유진이에게서는

아리고 쓰린 복숭아꽃 냄새가 났다.


유진이는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친구였다. 왼발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해 걷기가 어려웠다

어려서부터 애지중지 닳을새라 상처받을세라 엄마가 지극정성으로 키워주셨다.

언제나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받은 아이는 누구한테든 거리낌 없이 애정표현을 잘 했다

조금 느끼할 수도 있는 아이의 표현에 모두들 반겨주는 분위기였고 유진이는 그러면 또 신이나서 ...

반 친구들에게도 얼마나 애정 표현을 하는지 애정표현이 서툰 중학생들이 몸둘바를 모를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친구들이 부끄러워하든 부담스러워하든 유진이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런 애정표현 만랩 유진이이에게도 힘든 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슬픈 감정을 느껴야할때였다

어려서 언제부터인지 보이지 않는 아빠의 존재너머 엄마는 유진이에게 온 세상이었다.

그런 엄마에게 힘든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참고 참았던 유진이였기에

유진이에게 슬픔이란감정은 사전에서 지워져 버린 감정일 뿐이었다.

유진이가 세상을 조금 알게 되어 휠체어에 앉아 사람들의 내리 꽃히는 불편한  시선을 받아야 할때도

민폐라는 말과 함께 불쌍하다는 표현을 서슴치 않는 할머니들 사이에서도

유진이는 웃고 있었다.

그 서글픈 웃음이 아파서 유진이에게 감정카드를 들이밀고

기분 나쁠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리 일러주고 일러줘도

유진이 얼굴에 미소를 지울수는 없었다.

항상 미소만을 간직한 유진이의 미소가 삐에로처럼 어딘가 슬퍼보였다.


그래 유진아 다시 시작해보자

유진이는 언제 힘들어?

유진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의레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글쎄요...."


유진이와 3년을 함께 하면서 유진이의 슬픈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길거리를 지나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낯설고 밀어내는 듯한 시선에도

항상 밝은 웃음을 간직하던 유진이에게선

아리고 쓰린 복숭아꽃 냄새가 났다.


지금은 서른도 넘었을 유진이


복숭아가 한창인 이 즈음이 되면

유진이의 아릿한 미소가 자꾸 떠오른다

여전히 웃고 있을 유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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