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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Aug 04. 2020

수업은 했다치자 점수는 못줘

" 올해도 @@중학교를 위해 애써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교육기여도는 B등급입니다. 이의있으신 분은 이의 신청기간에 ........"


교사들의 성과급 등급은 S,A,B. 나는 올해도 B등급을 맞았다. 


이거 성과급 등급 계속해서 꼴찌 받으면 재교육 받아야한다는데...

그럼 우리 특수교사들만 모두 재교육 대상되겠네 

보건, 사서, 상담,특수 요렇게 외톨이 교사들만 모두 재교육 대상 되겠어 

특수교사 모두 재교육 들어가면 우리애들은 누가 가르치려나.


"그래도 선생님 사정은 낮지 않아요?

원래 수업 많이 하는 교사는 등급 잘 받는다며

샘 수업 20시간씩 하지 않아요?

우리 보건은 수업이 내 업무가 아닌대도 

수업으로만 잣대를 대니 정말 만년꼴찌라고요

그래도 특수교사는 낫지?"

꼴찌들끼리 서로 경합이라도 하는 듯이 

매년, 학교가 바뀌어도 매번 보건교사.특수교사 모여 

서로가 꼴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길 내가 내일 하는데 왜 인정을 안하냐고 

더러워서 못해먹겠어 기분 나빠서 

나도 이제 큰 일 안벌리고 내게 주어진 일만 할꺼에요 

만년 B에 맞게 일해주지 뭐"

단단히 화가난 보건샘이 한마디 내뱉는다. 

"그러게 나는 수업은 수업대로 하고 내 수업 아닐때도 애들 현장학습 수시로 데리고 나가는데 

그게 그렇게 인정이 안되나봐요"

나또한 푸념아닌 푸념을 한마디 툭 던지고 한숨 한번 푹 들이켠다. 


"교감 선생님 저 정신력이 아주 건강한 사람이에요 

사랑받을만큼 받고 자라 부족한 것 없이 컸구요.

그 어렵다는 임용고시도 한번에 딱 붙었어요

교사가 되면 마냥 사회 시선대로 좋을 줄 알았는데. 

그러게요 누가 절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저 혼자 이렇게 되진 않았을꺼 아니에요 

누군가 저를 자극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거 아닐까요?"


자그마치 A4 다섯장이었다.

그간 @@ 중학교에 와서 1년반동안 특수교사로서 무시받은 일들을 나열한 것이

정말 큰 맘 먹고 더는 못참겠다 싶어 민원을 넣기에 앞서 나를 말리러 온 교감에게 

한마디 퍼붓고 말았다. 


"수업시간은 20시간 한다고 쳐 그래 수업시간은 인정한다고 쳐 그래도 다학년을 다 가르친다는 이유로 

다학년 지도 점수를 받는 것은 전혀 아니지. 인정 안된다고 봐요"

성과급 회의에서 누군가 특수교사의 위치에 대해 뱉은 말 

"그냥 다학년지도 점수 빼라고 하세요. 저는 그작은 점수 하나 지키고자 많은 일반교사들에게 

씹히고 물리고 공격의 타켓이 되고 싶지 않아요"

수업 한시간을 두고 했네 안했네 성과급회의에서 설전이 벌어진다는 걸 안다. 

그러나 내가 아이들과 온전히 보낸 20시간의 시간은 인정한다고 친다는 것은 

코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일이었다 

너의 45분 수업은 한시간이고 2.3명 데리고 하는 나의 45분 수업은 너에게 인정되지 않는 시간이구나

하지만 더이상 그것에 대해 딴지 걸지 않기로 했다 


그간 그 교사가 우리 아이들을 무시했던  일들이 떠올라 마음이 울긋불긋 했다 

우리가 정성껏 담가준 김장김치를 더럽다며 손도 대지 않았던 일 

걷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우리반 아이를 현장학습에 절대 데리고 갈 수 없다고 말했던 일 

아이 앞에서는 온갖 친절한 척 했지만 아이가 가고 나서 아이에 대해 험담했던 일 

교사로서 우리 아이들을 무시하고 나를 무시하고 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당신 가까운 사람중에 장애인이 생기게 되면 당신도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아플지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지 알게되겠지. 하느님이 꼭 당신에게 그 기회를 주시기를 바래"

해서는 안되는 말이지만 마음속으로 못된말을 뱉고 말았다. 



누가 그 마음을 알까? 

하나를 가르쳐줘도 하나를 알지 못하는 지적장애인의 마음을 누가 알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천배나 더 나뉘고 쪼개어 눈안으로 들어오는 자폐 아이들의 예민한 감각을 ,

집이 가장 안전한 그 아이들의 집 나설때의 그 두려움을 누가 알수 있을까?

휠체어에 앉아 세상 밖으로 나갈 때마다 서있는 사람들이 내리보는 눈빛으로 흘낏거리는 휠체어에 

앉아있어야 하는 지체장애인의 마음을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늘 나는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외로울지 생각하면 야단을 칠수가 없었다 

잘하고 있노라고 너는 참 멋진 녀석이라고.. 그리고 그 녀석들을 올곧이 바라보고 있는 부모들에게 또한 

따뜻한 위로와 아이잘 키우셨다는 칭찬의 말을 남길 수 밖에 없었다 

부족하고 부족한 내 자신이 안타까웠다. 

그걸로 점수를 준다면 그래 성과급 b아니 z를 받아도 아니라고 못했겠지 

하지만 이건 아니다. 너희들과 함께 지낸 그 시간들이 송두리째 날아가버리고 

시간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면 그것에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아닌가. 


A4네장에 내 진심과 내 상처와 아이들의 소외감을 다 담을수는 없었을 거다 

그래도...나는 민원을 넣지 않기로 하고 구깃구깃 종이를 구겨버렸다 

악으로 갚으면 악으로 돌아오리라.

밝고 따뜻하고 순수한 너희들과 지낸 매주 20시간의 시간을, 그 시간의 가치를 

나는 안다. 같이 보내줘서 고맙고 더 알찬 시간. 네마음 더 따뜻하게 데워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그 시간의 가치를 우린 서로 알기에

서운해 하지말자. 섭섭해 하지말자 

누가 뭐래도 우리는 정말 잘하고 있다.



토닥토닥 내가 나를 토닥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A4를 찢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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