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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Aug 04. 2020

자라지 않는 아이

학교 축제날이다.

각기각색의 색깔로 운동장을 물들인 풍선처럼 

아이들의 개성이 깨어나는 날 

교복안에 감춰두었던 온갖 끼들을 맘껏 펼치는 아이들 사이에서 

유독...눈에 띄는 아이

너의 이름은  자라지 않는 아이다. 


축제날이 되면 학교는 그야말로 북적북적하다. 

모범생이라고 이마에 딱 써붙여 놓고 다니던 미연이도 살포시 얼굴에 연한 화장을 했다. 

노래나 춤으로 무대에 한번 오를 날들을 손꼽아 기다렸던 기준이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왼쪽 팔에 문신 스티커를 붙이고 나타났다.

민아의 풀메이크업은 선생님들이 감탄할 만큼 아찔하고 

준영이랑 세희 커플은 커플팔찌로 자신들의 건재함을 과시한다. 

문제아 말썽쟁이, 멸치로 불리던 진후마저 어느새 훌쩍자란 키 만큼이나 

밝아진 얼굴로 듬직한 어깨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축제 

그야말로 축제의 날.........

언제나 같은 자리 그자리를 지켜주는 상록수 같은 아이들이 있다 

특수학급 아이들이다. 


축제날이 되면 내가 맥이 빠지는 이유랄까 

아이들은, 친구들은 저렇게나 자라는게 보이는데 

우리 아이들은 3년을 데리고 있어도 늘상 그자리다. 

윤영이는 여전히 친구들 앞에서 말한마디 못하고 주눅들어 있고 

민정이는 혼자 멋에 취해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각자 돌아다니며 각 부스에서 체험을 하고 도장을 받을때마다 

줄어들지 않는 줄사이 어디도 끼지 못하는 아이들 

내가 교실에서 몇몇을 데리고 우리반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사이 

실무사가 아이들을 하나씩 데리고 다니며 억지? 체험을 시켜주지 않으면 

아이들의 체험딱지는 하나도 모아지지 않는다. 

그렇게 억지춘향으로 오전 체험을 마치고 나면 

오후 축제마당은 더 가관

아이들은 모두 신이 나서 랩을 따라 부를때도 

민재는 양손으로 귀를 막은채 그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 

"시간아 빨리 가라. 녀석들은 너무 시끄럽고 나는 정신이가 하나도 없다."

민재의 애처로운 눈빛을 외면할 수 없어

"민재야 나갈까?"

우리는 아이들의 축제 마당 내내 공연장 밖 공원에서 놀이기구를 돌려야만 했다.

"왜 민재야.. 음악소리가 너무 시끄러웠어?"

나의 물음에 묵묵부답 말이 없는 민재..

그래 말하지 않아도 알꺼 같다 

너에게 그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웠을지

무대 조명이 얼마나 정신 사나웠을지 

작은 자극 하나조차 100배 1000배는 예민한 너에게 힘든 시간이었을 줄 알기에 

그래... 조용한 공원에서 너와나의 축제를 즐기자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좀체로 축제마당은 끝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 한번 더 도전해보지 않을래?

자라지 않는 아이..변하지 않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자 말자 실갱이를 하다가 

몇시간을 지냈는지 진이 다 빠져버렸다. 



그래도..우리 민재 정말 잘했어 

예전같으면 그렇게 힘들었으면 막 소리지르고 친구 때리고 하면서 본인의 마음을 표현했을텐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잖아

귀를 막고 있어서 친구들이 싫어하는 위협을 하지 않았으니까. 

다음번엔 조금더 작은 소리부터 적응해보자 

민재를 으쌰으쌰 응원해서 보내는 길 

이 작은 변화마저도 감사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머리 한쪽이 찡하다 

아무래도 두통이 오려나보다. 



축제를 마친 아이들이 물밀듯이 한껏 들떠서 밖으로 몰려나오고 

약속한 시간인 3시반보다 1시간이나 늦게 끝났다면 지훈이는 큰 소리로 욕을 하며 나온다. 

"지훈아.......너 그러다 노는 아이들 한테 잘 못 걸리면 한소리 듣는다."

욕하며 발길질하는 지훈이를 겨우 달래 집으로 돌려보냈다. 

아이들의 자란 모습에 감동한 선생님들은 고생한 서로를 응원하며 

무사히 끝낸 축제를 축하하러 회식자리로 몰려간다 

나는 두통을 핑계로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왔다. 

오늘따라 마음이 더 차분히 가라앉는것이 집에 일찍 가서 한숨 늘어지게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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