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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Dec 17. 2020

COVID-19에 굴복이 아니라 극복하리라

일상, 깨달음

와~ 브런치 오랜만! 뭐가 그리 바빴는지, 사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브런치에 소홀하게 되었다. 브런치를 배신했다기보다는 블로그에서 갈고닦아 브런치에 글을 써보리라는 마음이 컸다. 물론 블로그에서 갈고닦았느냐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딱히 없음.^^;;;


연일 COVID-19의 확진자 수치가 천명을 육박하는 이때에,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두렵고, 공포스럽다. 내가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나로 인해 누군가 확진을 받아 피해를 받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고, 송구하다. 이런 생각 때문에 마스크는 거의 나의 표피처럼 되었다. 어디를 가든, 엘리베이터는 물론이요, 가끔 집 안에서 착장하고 있는 것도 잊고 돌아다니기도 하니 말이다. 이제 마스크는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


아이들은 학교를 일주일에 한 번, 두 번 가게 되었고,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게 되었다. 3월을 생각하면 지금은 아이가 이 상황에 잘 적응 중이다. EBS 선생님과 친숙해졌고, 수업의 패턴을 익혔고, 노트북에 대고 대답을 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뭐, 완벽 적응했다고나 할까. 급식실의 소중함, 나 말고 밥 해주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절절히 느끼던 3월에 비하면 이제 삼시세끼 차리는 것은 일도 아니게 되었다,라고 말하고 싶으나 먹는 것만큼은 아직도 적응이 덜 된 것 같다. 날이면 날마다 주먹밥, 볶음밥, 비빔밥. 이 패턴이 속 재료만 빼고 돌려 막기 하고 있으니, 친정이나 시댁에서 밥 먹으러 오려무나 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적응이 되고 있나 보다 싶다가도, 뉴스를 보고, 매 시간 날아드는 안전문자에 헉! 헉! 하고 놀라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전북도 확진자 620명이 넘어섰고, 어느 날은 김제에 있는 요양병원 사람들이 한방에 60여 명이 확진을 받는 날벼락이 날 들기도 했다. 나이 드신 분들이 부디 잘 버티고 넘어가기를 바랄 뿐이다.


이쯤 되면 걸리고 싶어 걸린 것 아니고, 억하심정으로 바이러스를 뿌려댄 것 아니니, 누굴 탓할까 싶다. 본인도 모르게 무증상이 되어 있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원망도 탓함도 부질없다. 백신은, 치료제는 아직 멀어 보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진정 마스크 바르게 쓰고, 손 씻는 것 밖에 없는가 라고 생각하던 찰나 나에게 비상한 생각이 끼어들어 바로 글을 써야겠다 싶다.


아마도 2020년은 전 국민이 우울함을 바탕에 깔고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나들이를 가도 불편한 마음, 쏟아지는 눈초리, 집에 있자니 갑갑함. 헬 조선이라 치더라도, 나라 밖을 보면 이만한 나라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정치인들은 우리 맘을 알기는 하는 것인지, 일하라고 준 월급을 받아가며 서로 물어뜯고 싸우고, 지겨운 스토리는 매일매일 똑같다. 놀랍게도, 매일매일.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몇몇 사람으로 인해 악조건에서도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깨달음을 준 귀중한 사람 한 은, 부모교육을 받으며 만난 교수님이다. 육아휴직을 찬란하게 보내리라는 목아래 야심 차게 부모교육을 수강하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진행한 8주 간의 수업은 나에게 아이를 만나는 어른으로써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소양을 지니게 해 주었다. 비록 가끔 버퍼링이 걸려, 교수님 얼굴이 일그러짐이 몇 차례 있었으나 온라인임에도 불구하고 매시간 열강을 해주시며, 따뜻한 말로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종강을 하고, 수강생들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손수 보내주셨다. 책을 받아 든 순간, 귓가에 청명한 소리가 울렸다. 이거다! 코로나로 위축된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 선함을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빡빡한 세상,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인 세상에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할 수 있는 것,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라는 깨달음. 내가 생각해도 참 기특하다.

기특한 생각으로 뿌듯하다 할 때쯤, 온라인 독서 인증 방에서 알게 된 분이 나눔을 해주셨다. 정확히 어떠한 일을 하는지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어렴풋이 그림을 그리는, 예술을 하시는 분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전북 부안 풍경을 그려서 굿즈를 만드신 것. 온라인 모임방에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싶으니 댓글을 남겨 달라는 글을 확인했다. 어쩜, 이런 마음을 품게 되었을까? 자신의 창작물을 나눠 줄 생각을 말이다. 코로나만 빼면 이 세상은 참 아름답다,라고 느끼게 되었다.


다들 힘들어할 때 누군가에게 기쁨을 전해줄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낸다는 것이, 기쁨을 전해받은 나에게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나는 무엇을 해볼까, 나는 내가 쓴 책도 없고, 그림도 못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야 이 기쁨과 긍정의 기운을 나눌 수 있을까. 고심을 했다. 그러다 생각했다. 나는 나눠 받은 기쁨을 널리 전파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변덕이 죽 끓듯한 나는, 마음 바뀌기 전에 부리나케 브런치에 입장했다. 휴~ 귀차니즘이 찾아오기 전에 글을 써버렸다. 다행!


나눔이 별건가? 내가 받은 기분 좋은 일들을 알려서 누군가도 이렇게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도 일종의 나눔이겠지? 코로나 녀석으로 암울하게 찌든 누군가의 마음 한편에 빛 한 줄기 전해주는 글도 나눔이지. 고마우면 고맙다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댓글 한 줄 남겨주고, 도울 수 있는 것은 도와주고, 이 모든 것이 기쁨을 나누는 것 아니겠는가?


긍정의 기운 속에는 이 말이 담겨 있다. "코로나에 굴복할 수 없다. 우리는 코로나를 멋지게 극복할 세대가 분명하다는 낙관적인 태도로, 마스크를 착장하고 앞으로 나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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