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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언니 Feb 19. 2021

코로나 시대에 승무원이 비행 갈 때 챙기는 것

6개월 만에 장거리 비행을 갔다




승무원은 짐을 싸고 푸는 것이 일이다. 코로나 19 팬데믹 전에는 한 달에도 몇 번씩 동남아,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그 나라 기후와 특성에 맞는 여행가방을 꾸렸다.


코로나 19 이후에는 간헐적으로 비행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짐을 챙기다 보니 빠진 것 없이 챙겼다고 생각하고 해외에 나가도 꼭 한 두 가지씩 빼먹은 것이 있었다. 이럴 때면 예전처럼 자유롭게 호텔 근처 마트에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라 꽤나 난감하다.  


6개월 만에 비행 근무를 시작하고, 유럽 비행을 다녀왔다. 비행 가기 며칠 전부터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들을 메모해서 리스트를 작성했다. 오랜 기간 호텔에서만 생활해야 해서 예전과 달리 필요한 것들이 많아졌다. 이번에 비행 갈 때는 빼먹지 않고  꼼꼼히 짐을 챙기리라 다짐하며 캐리어 한가득 짐을 쌌다.

코로나 시대에 해외여행을 가는 일은 없겠지만, 사업이나 출장 등 피치 못한 사정으로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 19 이후에 다녀온 비행을 토대로, 해외에 갈 때 챙기면 좋을 것들을 적어봤다.




상비약 받아오기

14일 이내에 해외 방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주지 않는다. 물론 승무원도 예외는 아니다. 승무원은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니지만, 웬만한 병원에서는 진료를 받아주지 않는다. 작년 비행 근무 후에 몸이 아팠는데 비행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진료를 못 받으니 서러움은 배가 되었다.

지난번과 같은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는 해외로 비행 가기 전에 병원을 미리 다녀왔다. 지병이 있거나 건강검진을 받을 예정이라면 해외에 가기 전에 병원 다녀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식량은 부족하지 않게 (ft. 전기포트)

미국에 체류할 때는 우버이츠라는 앱을 통해 음식을 시켜먹었다. 유럽은 물가가 워낙 비싸기도 하고, 미국만큼 배달시킬 만한 식당이 많지 않다. 유럽에 체류하면 조식을 주는 호텔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호텔룸에서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에 유럽 비행 가기 전에는, 이틀 동안 먹을 라면, 간식, 커피, 물 등을 충분히 샀다.


뜨거운 물을 끓일 수 있는 미니 전기포트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9년 동안 비행하면서 전기포트를 한 번도 가지고 다닌 적이 없었다. 호텔에서 끼니를 때울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이후에는 호텔콕만 해야 해서 작년에 큰 맘먹고 접을 수 있는 미니 전기포트를 구매했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을뿐더러 봉지라면도 끓여먹을 수 있어서 비행 갈 때 꼭 챙기는 필수템이 되었다.


충분한 식량, 물, 그리고 미니 전기포트



소독 티슈 & 일회용 변기커버

요즘 같은 시기에 다른 사람과 공중 화장실을 쓰는 것은 여간 찝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비행기에서는 승무원이 소독 티슈로 화장실을 매 30분마다 소독하고 있다.

비행 근무 후, 체크인을 하고 호텔룸에 들어가 깔끔히 정돈된 침구를 보면 안심이 된다. 하지만 내가 체크인하기 전에 누군가가 머물렀을 곳이기에 소독 티슈로 손이 자주 닿을 곳곳을 소독한다. 변기커버, 각종 스위치, 전화기, 헤어드라이기 손잡이 등을 소독 티슈로 닦으면 체류하는 동안 마음 편히 쉴 수 있다.



소독티슈와 일회용 변기커버



천연 항균 스프레이

천연 항균 스프레이는 침구류에 뿌린다. 호텔 베개를 베고 자면 피부에 트러블이 올라올 때가 종종 있었다. 몇 번 피부가 뒤집어지고 나서 집에서 수건을 한 두장 챙겨가 베개에 깔고 자곤 했다. 요즘은 장거리 비행 갈 때 수건 외에도 챙길 것이 너무나도 많다. 조금이라도 짐을 줄이기 위해 수건 대신 항균 스프레이를 챙겨간다. 베개, 이불뿐만 아니라 유니폼, 캐리어에도 아낌없이 뿌린다.

화학성분을 쓰지 않고 천연성분의 원료만을 썼다고 해서 더 신뢰가 간다. 세균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들은 후로는 항균 스프레이도 비행갈 때 꼭 챙기는 물건 중 하나이다.


침구류에 뿌리는 향균 스프레이




유럽에서도 마스크를 잘 끼고 다닐까?


우리나라에서는 마스크 안 쓴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가끔 턱스크를 한 사람을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현재 기내에서도 기내식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어떨까? 사람들은 마스크를 잘 끼고 있을까? 얼마 전 유럽 비행 갔을 때의 일이다. 처음 배정받은 룸에 소음이 심해서 다른 룸으로 바꾸기 위해 로비로 내려갔다. 1층 리셉션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손님 응대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요즘 같은 시대에 마스크를 끼지 않은 사람을 본 것이 참 오랜만인지라 두 눈을 의심했다. 손님과 그 직원 사이에는 투명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긴 했지만 마스크는 필수 착용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람을 봤으면 마스크를 껴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혹여나 방을 바꿔달라는 내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까 봐 그 직원과 멀찌감치 떨어져 말했다. 룸을 바꾼 후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코로나 시대에 해외에 나간다는 건 승무원인 나도 겁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일이라지만, 다수의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을 볼 때면 두려움은 더 커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의 업인 것을. 마스크, 방호복, 고글이 서로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으며 올해도 무사히 비행을 마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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