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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누리 Oct 21. 2023

입으로 쓰고 손으로 퇴고하기

어쩌면 현대예술이 아닐까.

날로 먹을 방법을 수시로 궁리하는 내게

솔깃한 이야기가 하나 입수되었다.



요즘 블로거들은 음성인식으로 포스팅을 쓴다는 썰이었다.

- 아니, 나도 입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어쩜 나와 비슷한 인간들이 많구나. (한심하다.)



그들의 글쓰기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심심할 때, 에디터 창을 연다.

2. 음성인식 키보드로 또박또박 포스팅 주제에 대해서 생각나는대로 말을 한다.

    (여기에서 "클로바노트" 같은 녹취에 좀더 특화된 앱을 사용하기도 한다.)

3. 어느정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이전에 말로 적어놓은 글을 손으로 다듬는다.



이 영상에서 설명하는 방법과 같다. 현대의 블로거들도 나와 같이 입으로 글을 쓴다.


나는 나의 입벌글 프로젝트에

현대의 글쓰기 문화를 접목해보자고 생각을 했다.

(그럴싸한 포장을 정말 잘한다.)



사실 그 시점에는,

Test 6 정도까지 비디오가 나가 있는 상태였는데

가장 조회수가 높았던 것이

"곡예사2"곡 중 마미손의 벌스를 패러디해서 쓴

"INFP 헌정랩" 이라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허무한 감정이었다.

랩을 하려고 만든 채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랩을 하는건 재미있다.)



그래서 나는 입벌글 프로젝트에 살을 붙여

입으로 우선 내용을 뱉은 뒤,

그것을 텍스트화 한 뒤,

손으로 퇴고한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미 음성인식 인공지능으로

내가 주절거리는 것을 자막화 해주는

"Vrew"앱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 블로거들의 글쓰기 방법 중

2번까지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였다.

어떤 내용을 쓸 수 있을까.


아침이고 밤이고

직장인으로서의 본체가 흐려지는 시간마다

카메라를 면전으로 끌어와서

떠오르는 주제를 뱉어보았다.



* 읽고 있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

* 운동을 하는 이유

* 성수동에 살게된 사연

* 내가 꾸는 꿈

...


* 화산섬에서 일주일 먹고자고 한 이야기


이거다.

화산섬이라는 낯선 소재가 매력적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지구를 삼키기 직전인 2019년 경에

나는 고레다히로카즈의 영화를 보고

활화산이 분화하는 사쿠라지마 섬에 가서 일주일 남짓 머물렀다.


혼자서 등짐을 싸면서

그 여행의 다른 의미부여가 있었는데,

당시 고민이었던 생의 '불안'을 이해하기 위해서

(내 기준) '불안'의 불구덩이에 들어가보자는 실천이었다.


10분 남짓의 녹화를 마치고

비디오의 음성을 텍스트로 추출했다.

텍스트 파일을 컴퓨터로 옮겨와서

퇴고를 시작했다.


9년째 입벌구가

진정으로 입으로 글을 쓰는 순간이었다.



하늘은 무엇하나.

이럴 때 스포트라이트를 내게 때려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오만한 망상과는 달리,

현실의 나는, 침대 옆 네뼘짜리 책상머리에서 노란 불을 켜고서 퇴고를 했다.


내가 말하고

음성인식이 쓰고

내가 고쳤다.




가히.

현대예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저의 벼락치기 발행물을

실시간으로 읽고 라이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회수에서 가장 히트를 쳤던

"INFP 헌정랩"을 선물로 첨부합니다.


(가사보다는 인성이 괜찮은 편인 것 같습니다.

네, 변명입니다.)

“Nuri Na”채널 중 가장 히트작은 ”INFP 헌정 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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