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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빈 Sep 07. 2024

아프니까 청춘이면 너나 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누가 먼저 했을까? 때리고 싶다. 뭐, 말로는 불안한 미래와 암울한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어쩌고..라고는 하지만 왜 청춘만 아파야 하는가. 그럼 서른 이후의 나이를 가진 사람은 아프지 않고, 늘상 판판대로를 달릴 수 있는가? 나도 그런 시기를 겪었으니 너도 겪어야 한다는 라떼의 마음을 담은 게 분명하다. 내가 고난의 시기를 겪었으니 다음 세대는 겪지 않도록 돕는 것이 어른이다. 


어릴 때는 모든 게 처음이고 그에 따른 역경이 발생하고, 이겨내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지론이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으며 게으른 베짱이의 결말은 뻔하다. 이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각이다. 내가 얻을 게 있고, 무언가 가지고 싶다면 그만큼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꼭 아파야만 할까?


왜 쉽게 가질 수 없도록 사회는 만들어져 있을까. 재능이 있고, 할 마음이 있고, 할 수 있다면 하면 되는 게 아닌가 한다. 그래서 왜 청춘은 아파야만 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바로 '돈'이다. 돈이 없으니 내 재능을 피우기 위해 배우는 것도, 무언가 차리는 것도 어렵다. 빚을 지고 시작하려고 해도 등쳐먹는 사람이 무수히 많으니 쉽지 않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해외로 유학을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 안된다. 할 수는 있는데,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청춘은 재능이고 나발이고 돈을 벌기 위한 기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본이 마련된 뒤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자본이 마련된 뒤에는 내 꿈만을 좇아갈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한 채 한 명의 직장인이 된다. 


물론 꿈을 찾아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앞서 말한 사람의 인생을 따를 것이다. 나 역시 꿈을 위해서는 아카데미와 직장이 있는 서울로 올라와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1년을 다른 직장에서 일을 하고 상경했다. 학원비와 생활비밖에 쓸 수 없어 고시텔에 살았으며 그곳에서 제공하는 밥과 김치로 연명했다. 


원하는 직업을 얻은 뒤에도 돈이 문제였다. 내 첫 월급은 118만 원. 6년 뒤에는 160만 원이었다. 사회 변화로 내가 일할 자리는 적어졌고, 월세도, 물가도 모두 올랐는데 월급은 똑같아 결과적으로 꿈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적성을 살리지 못하는 직장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데, 겨우 타향살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월급이기 때문에 이직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고, 그 사이 나이가 차올라 어디 가서 신입으로 키워줄 곳도 없어졌다.


요즘에는 의무교육 때 다양한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재량껏 시간을 준다고 한다. 좋은 변화다. 단순히 입시 위주의 공교육을 벗어나 진정한 꿈을 위해 경험은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있다면 미리 체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청춘을 아프게 보내지 않아도 되니까. 


인생을 해피엔딩으로 맞이하기 위해, 아프지 않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은 꼭 있어야 한다. 그렇게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팠던 어른들의 의무이자 청춘을 위한 노력일 것이다. 개혁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 함께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회로의 첫발을 함께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개념이 제정신이 아닌 것부터 깨닫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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