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영어 교육 방법에 대한 고찰

엄마표 영어가 대체 뭔데?

by 예나


2주 전 처음 ‘엄마표 영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아, 그전부터 수업을 하면서 여러 번 들어왔던 말이긴 하지만 이게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단어인 줄은 몰랐다. 그냥 사교육 없이 홈스쿨로 영어를 해온 아이의 부모들이 편하게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이미 시장이 큰 바다였다.


정말 영어책을 읽으면 영어가 술술 나올까?


11년 동안 수많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부모님과 상담하면서 나는 크게 두 부류로 부모를 나눌 수 있게 됐다. 1) “저는 정말 편하게 학원 없이 키우고 싶은데 애들이 너무 원해서 학원 보내요.”하는 부모와 2) 그런 말 하지 않는 부모. 1번 부류의 부모들은 어쩜 약속한 듯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안 물어봤는데. 그들 말에 의하면 자신의 아이들은 학원 가서 공부하고 숙제하는 걸 즐기고 잘해서 학원들을 보내왔고 자신의 교육관은 그게 아닌데 아이들이 원하니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한다. 아이 무료 테스트 수업을 하고 나서 이 말을 들으면 아이가 안쓰러워지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내가 아이들과 영어 회화 수업을 할 때 그냥 놀면서, 게임하면서, 신나게 움직이면서 수업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아이들이 그걸 제일 좋아하니까. 영어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야 나와 수업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즐겁게 영어를 떠올릴 수 있고 스스로 영어를 찾아서 공부하는 아이가 될 테니까. 영어 선생님으로서 내가 하는 일은 한 시간 내내 영어로 놀면서 아이가 영어 한두 단어라도 꺼낼 수 있도록 말을 걸어주는 일뿐이다. 수업의 모든 부분은 즐거운 놀이로 기억되면 충분하다. 나는 어릴 때 아바 팬인 엄마가 틀어놓은 아바 노래에 맞춰 춤추며 처음 영어를 접했고 그걸 기둥으로 지금의 영어가 완성됐다. 그렇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으면 영어가 쉽고 재밌어진다.(“엄마표 영어”에서도 같은 말을 한다. 그래서 나는 공감했다. 실제 경험은 조금 달랐지만..)


노는 것보다 학원을 더 좋아하는 아이라. 30분 무료 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리 지르며 뛰어놀며 영어를 즐겁게 한 바로 저 아이가 학원에서 단어 외우고 문법 공부하는 걸 즐긴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의아했다. 지금은 그런 부모를 만나면 속으로 생각한다. ‘안 믿어요...’ 대게 착각이거나 거짓말이기 때문에. 이런 부모들을 생각보다 자주 만난다. 하지만 먼저 나에게 교육 방법을 묻는 게 아니라면 나는 조언하지 않는다. 아이의 전체적인 교육 플랜에 관여하는 건 내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의 일이기 때문에 함부로 비판하거나 방향을 바꾸라고 제시하지 않는다. 아무리 예뻐도 저 애는 내 애가 아니고 내가 저 아이로 살아갈 수도 없다. 내 생각만이 내 자유니까, 그냥 혼자 ‘저건 잘못된 방법이야...’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말을 해봤자 그걸 아주 믿고 따라주는 부모님도 없지 않을까. 너무 무책임한가?






아이들은 내 앞에서 울고 웃는다. 매일 웃는 아이들을 보는 나는 순수한 행복을 경험하며 산다. 하지만 내 앞에서 항상 아이들이 웃는 건 아니다. 피곤해하거나, 슬퍼하거나, 주눅이 들어있거나, 울기도 한다. 아이들이 울 때는 눈물을 숨길 때가 있고 숨기지 못할 때가 있는데 숨기지 못할 때는 보통 친구 문제 때문이었다. 왕따 피해자나 가해자도 여럿 만났는데 일대일로 보통 수업을 하는 내 앞에선 문제아나 왕따는 없고 다 똑같은 아이들이었다. 생각대로 잘되지 않는 친구 문제 때문에 아이들은 내 앞에서 펑펑 운 적이 많았고 자신의 실수를 뒤늦게 깨달은 어린 가해자도 고개를 숙이고 두려움에 울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눈물을 숨길 때는 마치 그 눈물이 부모님께 실망으로 보인다는 것을 아는 듯했다. 학원이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오늘 학원에서 혼나서, 숙제를 다 못한 것 때문에 혼나서, 엄마한테 공부 문제로 혼나서 힘든 아이들은 생각 외로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부모가 온 우주인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6살~12살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며 그걸 알게 됐다. 중고등학생 아이들은 포기하고 자신의 생활을 받아들인 후의 아이들이라 정말 죽고싶을 정도로 지친 경우가 아니라면 숨길 눈물도 없다. 모든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실수 많은 나의 엄마 아빠”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내가 공부 잘하길 바라는 부모님”의 만족을 위해 사는 아이들도 꽤 많다. 내리사랑이라지만 아이들의 부모 사랑은 부모의 아이 사랑보다 과소평가되는 것 같다. 부모님이 원하니까 아이들은 정말 싫고 정말 정말 힘들어도 꾹 참고 다니기도 한다는 걸 부모는 모르는 걸까? 그 아이들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다음 말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진한 슬픔이 보인다. 부모는 그 눈빛을 정말 모르는 걸까, 못 본 척하는 걸까?


논리와 감정, 냉정과 온정이 뒤섞인 부모라는 업은 너무 어려워서 여러 번 하고 몇 년을 해도 실수가 많다. 어쩔 수 없이 세상 모든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 처음으로 부모님을 용서하는 순간이 온다. 아이들은 놀라운 용서 전문가다. 아이들에겐 용서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이미 여러 번 부모를 용서한 경험이 있는데도 부모가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사과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용서를 했다는 것조차 모르고 지나친다. 부모는 아이들의 용서에 값을 치르거나 고마워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주는 거라서. 단지 부모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것이 내 아이의 용서다. 하지만 아이들은 용서한 줄 모르고 부모들은 용서받은 줄 모른다. 부모님의 명백한 실수로 크게 상처 받은 아이들에게 “가끔은 자식들이 부모를 용서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위로했었다. 지금 마음이 아파도 조용히 용서할 수 있을만한 일이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아마 네가 전에 이미 해봤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면 시무룩한 아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기분을 풀고 울던 아이들도 울음을 멈춘다.






다시 엄마표 영어 이야기로 돌아와서. 여러 권의 책을 정독했고 몇몇 엄마들의 설명을 들었지만 나는 아직도 “엄마표 영어”가 뭔지 정확히 모른다. 책을 보면 사실 엄마표 영어의 요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헷갈리는 이유가 있다.


엄마표 영어를 해왔다는 부모의 아이들이나 학원에서 스트레스 가득 받고 영어를 완전히 거부하게 된 아이들을 나에게 다급하게 맡기는 부모를 꽤 만난다. 나는 “damage control”을 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한다. “엄마가 좋아해서” 학원을 다닌다는 6살, 7살, 8살 아이들도 만난다. 엄마표 영어 교육 서적이 많이 꽂혀있고 집에 영어책이 많은 집 아이들은 엄마표 영어 성공담 속 아이들이 아니었다. 내가 만난 그 아이들은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 물론 내 작은 경험으로 절대 엄마표 영어를 속단할 수 없다. 한국에서 그래도 모국어와 비슷하게 영어를 받아들이게 도와준다는 “엄마표, 아빠표 영어”의 목표나 진행 방법 자체는 나의 영어 교육관과 수업 목표와 똑같다.


고된 하루를 눈에 담고 앉아있는 아이들 뒤 책장에서 “엄마표 영어 교육서”를 많이 봐왔다. “엄마표 영어”를 지향하는 부모의 아이들이 정말 즐겁게 영어를 배우고 있는지, 즐겁지 못한 아이들이 경험하는 “엄마표 영어”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고 즐겁게 영어를 받아들인 아이들의 집에는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궁금했다.




엄마표 영어를 하는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 자세한 엄마표 영어 방법과 교육관에 대한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영어 교육자가 듣기에도 그럴듯하고 말이 되는 게 “엄마표 영어”인데 왜 나는 위와 같은 경험을 했는지, 내가 만난 그 아이들이 겪은 게 제대로 된 “엄마표 영어”가 아니라면 “엄마표 영어”가 도대체 무슨 뜻이고 어떻게 하면 저 꼴(?)이 나는지 알고 싶다.


“엄마표 영어”를 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수업 소감을 적어보려고 한다. “엄마표 영어”에 대한 개인적 탐구로써, “엄마표 영어”의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고 그 이유를 기록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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