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열심히 공부한 기억이 많지 않다. 나는 노는 게 더 좋았는데, 알고 보니 전 지구의 모오든 아이들은 하나같이 공부보다 노는 걸 더 좋아하더라.(와우) 공부하는 나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공부가 더 잘되는 때는 있을 수 있겠지만. 3년 전 미국에서 만난 80대 할머니께서 평생 관심이 없던 가드닝에 갑자기 관심이 생겨 새롭게 배우시는 걸 봤다. 요즘에도 밖에서 뛰어놀든, 방에서 좋아하는 만화책을 읽든,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을 하든 신나게 노는 일이 학업보다 더 익숙한 아이들도 물론 많을 것이다. 나는 미술 활동과 다양한 게임을 이용해서 영어 회화 수업을 재미있게 하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내 수업을 원하는 아이들이 보통 그런 경우이기도 했다. 이 글은 굳이 확률로 따지고 보면 내가 18살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며 일한 13년 동안 만난 아이들 중 약 10% 정도 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이가 힘이 없다. 내가 더 이상의 수업은 아이에게 부담이 될 것 같다고 설득해도 엄마가 무조건 괜찮다며 수업을 두 시간이나 더 했고, 결국 내 앞에서 거의 쓰러질 듯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알고 보니 아이는 원래 과민 대장 증후군이 있는 아이였다. 내 영어 수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진행된다. 영어로 말을 걸며 놀아주는 수업이다. 하지만 아무리 영어를 잘하는 아이더라도 3시간 동안 한국어를 하지 못하고 영어만 듣고 말해야 하면 정신뿐 아니라 신체적으로 무리가 올 수 있다. 게다가 아이가 원래 아프고 부담될 걸 아는데 그걸 숨기고 내 수업을 평소보다 세 배 듣게 한다고? 그런 부모를 나는 절대, 절. 대.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 없다. 이건 명백한 학대이다. 아이는 예뻤지만 부모가 보기 싫어서 그 수업은 관뒀다.
아이들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장난감이 아니다. 아이들은 작은 인간이다.
다른 학원에서 영어를 배웠는데 선생님이 너무 "열정적"이라 아이가 지쳐버려서 영어가 죽도록 싫고 너무 재미없다고 나를 찾아오는 아이들도 매우 많다. 소문이 그렇게 나서 그런 아이들을 가르쳐 달라고 연락을 자주 받는다. 아이들과 이야기해보면 공부도 싫고 영어도 싫고 다른 수업들도 딱히 좋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대학은 반드시 여기 아니면 저기를 가야 한다. 안 그러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도 없고 직장을 구할 수도 없으며 존중받을 수도 없는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다.
백 번 양보해서 백 퍼센트 부모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 위에 적은 것처럼 학원이나 학교에서 너무 열성적인, 어쩌면 아이들을 강압적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났을 경우도 있다. 게다가 한국의 과도한 경쟁 사회와 자본주의가 어쩌고, 알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이가 아픈데도 오늘의 숙제를 마쳐야 쉴 수 있고, 수능을 망쳤다고 생각한 아이가 친했던 친구들과 연락을 두 달 이상 끊어버리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16살도 안 된 아이가 시험 성적에 한껏 주눅이 들어 삶과 자신의 가치를 성적이라는 테두리 밖에서는 생각해내지도 못하는 심각한 사고의 결핍을 용인하는 걸 나는 그냥 바라볼 수가 없다. 어떤 선생님이 내 아이에게 그런 생각의 원인이 되는 행동을 하는 것 같으면 부모로서 멈춰주어야 한다. 이런 일이 익숙한 사회에 진저리가 난다. 글을 쓰지 않는 동안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을 아주 많이 하게 되었고,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는 것이 짜증 나서 그런 수업들은 모두 관뒀다. (물론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서 일이 너무 바빠질 때 스케줄 정리를 위해 관둔 경우도 있었다.) 앞으로도 점점 수업을 줄이고 아이들을 위한 다른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일을 하고자 한다.
사실 이미 적어놓고 발행하지 않은 글들이 있다. 그것들까지만 정리해서 올린 후 이제 이 이야기를 그만하고 싶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영어가 필수라는 태도가 자주 보이는 엄마표 영어, 아빠표 영어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는 여기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13년 아이 영어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 내가 아이에게 학업을 강요하고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지 확인하는 셀프 체크 방법 ;) ♡
1. "저는 애들 학원 같은 거 보내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거든요. 제 교육 철학이라서요. 저는 딱히 애들 공부 안 시켜요.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원해서요~"라는 식의 말을 한다.
2. 영어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는 이유가 생각해보면 나 때문이다. (해외여행 가서 편하려고, 내가 영어를 못해서, 영어는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서 등등)
3. 자신이 타이거 맘이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고 인정할 수도 없다.
4. 아이가 내 앞에서 주눅 들어있다.
5. 내 아이가 겪는 공부 스트레스에 대한 공감을 전혀 못하겠다.
6. 아이의 미래 계획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다.
7. 내 아이가 취미나 꿈을 말하기 어려워한다.
8. 아이와 연관되지 않은 나의 취미나 꿈을 말하기가 어렵다.
9. 선생님이 꼬박꼬박 숙제를 주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
10.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거나 숙제 검사를 하며 화를 많이 낸다.
4개 이상 체크되어있다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하시고 교육 방법을 조금만 바꿔보시길 부탁드립니다. 내 마음이 편하면 아이의 마음도 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