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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 May 07. 2022

새벽의 벽에 붙은

시 일곱.

너와의 대화는 이불로 된 계단을 오르는 것 같아

잠이 오지 않는 새벽 한쪽 면을 뒤집으면 네가 있었지

그래 넌 나를 선택한 적이 없어, 그냥 거기 존재했고
하필 선명해진 새벽에 내가 찾아낸 거야

-

너의 죽음에도 나는 애도를 해야 하나
침대의 장례식, 소파의 장례식, 가장 좋아하는 책의 장례식, 아침 여유를 우린 차의 장례식
에서 나는 울어야 하나

너에게 애틋한 마음이 있다는 걸
너는 자꾸 잊게 해


그러면서도 너는 항상 물었지
- 나를 왜 뱉어내는 거야?
- 나를 삼키는 게 두려워?
"맞아 너는 씹다가 뱉어야 하는 껌 같아
"두께를 입는 벽 앞에 선 내 마음일 뿐이야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지
나를 그렇게 꾹 힘주어 누른 걸 보면

-

다시 해볼게

"너는 '잘 자'와 '증오해'를 섞은 문장 같은 맛이 나
"뒷면이 타지는 않았을까 초조한 마음으로 건드리는 거야
언제쯤 굳을까
똑하고 떼어낼 수 있을 만큼

어때 이제 만족해?
미소에 조용해진 공기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 내 숨 쉬었어

-

/네가 습관이 되면 안 될 텐데../

시간을 씹으며
푹신하고 이상한 계단을 오르며
생각했다

/너는 가을에 섞인 봄날 같아/

어?

푹푹 꺼지던 발이 가볍다
근육이 붙었네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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