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슬기로운 환자 생활
며칠째 나의 규칙적인 환자 생활이 흐트러지고 있다. 산책 나가지도 않고 저녁도 뉴케어로 때울 생각을 하고.
왜일까? 모레부터 본격 시작될 엄마와 나의 병원 일정? 지난 한 주 간의 국가적 차원의 속보들? 부작용 대신 시작된 몸 상태 변화? 굳이 변화했다면 마음이겠지만.
원인을 도저히 모르겠고 스스로 일어날 생각도 나지 않는다. 작년에 내 왼쪽 폐의 반을 잘라내신 할아버지 교수님은 이번에 전이되어 외래에서 뵈었을 때, CT 너무 자주 찍을 필요 없다며 측은하게 바라보셨다. 무뚝뚝한 편이신데 작년에 수술하고 외래에서 딱 한 마디 하셨다.
'아직, 젊은데'
그래, 우리나라 빅 5중 하나라는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도 나보다 젊은 암 환자는 드물게 본다. 항암 주사 맞을 때, 북적거리는 혈액 종양 내과 외래 대기실, 입원했을 때에도 암 환자 중엔 내가 제일 젊더라.
작년 항암 주사 맞을 때 옆 침대 환자가 간호사에게 생년월일 말하는데 87년생인 적이 한 번 있었다. 커튼 사이로 언뜻 보이는데 나처럼 머리도 빠지지 않고 어머니, 아버지가 살뜰히 챙겨주시는 게 느껴져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젊은 암 환자는 대개 결판이 빨리 난다고 한다. 암세포도 젊은 환자 몸에선 더 빨리 증식해서...은영 선배도 그랬던 것 같고 얼마 전 부음을 들은 86년생 디자이너도 그렇고. 그런 의미에선 내 경우는 행운인 거고 그래서 감사하다. 내가 이미 '젊음`을 넘긴 중년이라 그런 거라곤 믿지 않으련다. 안 들려~
밑도 끝도 없이 강한 예감이 든다. 요즘의 이 무기력은 젊은 암 환자의 슬픔, 살아남을 자의 슬픔일 순 있겠으나, 이것은 절망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