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대윤 May 12. 2024

서로 다른 두 개의 세상...
밤...

열 번째 작은 세상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노래가 있다. 아마도 눈으로 보이지 않는 밤이지만 다른 것으로든 얼마든지 더 낮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만든 노래일 것이다. 맞다. 밤은 그런 의미에서 낮보다 훨씬 아름답다. 아니 아름다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밤에는 오감이 더 깨어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 우리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불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또 그것을 발전해서 현실 세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불이 만드는 아름다움 위에서 세상은 발전한다.




밤이라고 다 같은 밤은 아니다.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도시와 시골의 차이를. 아니 도시와 시골의 차이라고 하지 말고 대도시 가령 서울이나 부산 정도, 그것도 아니면 대전 정도의 도시와 지방의 아주 작은 소도시의 차이를 말이다.


이 차이를 눈으로 보고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꽤 재밌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실이다.

내가 처음 서울의 밤을 맞이했을 때 어린 눈에 놀랐던 것은 수없이 많은 불빛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많은 불빛들이 세상을 다 채우고 있을까,였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놀란 것은 그 밑에 나와있는 사람들의 수였다. 불빛 아래에 나와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린 나이에 규모라는 것에 눈을 떠버렸다.


내가 자란 소도시는 너무나도 작아서 이쪽에서 저쪽까지 달려가면 한숨이면 달려갈 정도로 작았다.(물론 과장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여기 가면 친구 누구네 집이고 저기 넘어가면 친구 누구네 집이며, 저곳은 사나운 개가 사는 집 등등 온갖 정보가 그냥 내 뇌에 인식이 되어있었다.


그런 작은 도시의 밤이라고 해봐야, 드문드문 세워진 전봇대에 아주 띄엄띄엄 있는 매장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것이 도시 쇠락의 전이었으니 지금은 그보다도 더 못하게 되어버렸다.





도시는 우선 전등이 들어올 때부터 설렘이 일기 시작한다. 오늘 밤에는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분분한 의견이 넘실 대는 것 같다. 차와 차 사이 아니면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많은 정보와 대화들이 오간다.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어 간다. 만약 금요일 밤이라면 최고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간다. 도시는 끓어오르고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은 터져 나온다. 뭔가 끈끈하지고 뜨껍지만 탄성이 있는 느낌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경쾌하고 가볍고 탄력이 있다. 탭댄스를 추는 사람들처럼 가볍게 움직인다. 이렇게 잠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네온 들에 불빛이 들어온다.



그 거리의 내노라라 하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혹은 거리의 대표적인 상점의 불빛이 바뀌면 분위기는 더 달아오른다. 이 것이 바로 도시의 밤이다.



사람들 역시 가만히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 이 날을 위해서 1주일을 기다렸다. 도시는 어우러짐의 시간으로 빠져들어가고, 더 농밀하고 짙은 시간이 하늘을 둘러앉는다. 이제 더 유혹적인 시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밤은 이제 사삼들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차가 다녀야 할 거리에 씽씽이가 내려간다. 밤이 조금 깊었나 싶지만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다 증발해 버린 듯한 시간 속을 걷고 있다. 벌써 상점들은 이곳, 저곳 다 불을 꺼버리고 문들 잠가 버렸다. 지금 이 시간에 길을 돌아다니는 것은 "바로 너(즉, 나)"의 독특함 때문이다.


시골의 밤은 마치 담요와 같다. 이곳은 하늘에 담요를 씌워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불 위에 담요를 씌워 놓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불빛들은 다 가로막히고 심지어는 분위기마저 차분해질 것이 분명하다. 



거리를 사냥하는 틈틈이 무엇인가 더 밝고 자극적인 것을 찾으려고 해 봐도 이 작은 도시는 내게 사냥감을 내어놓지 않는다. 그냥 그런 것이다. 이 도시는 이 것이 맥시멈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술을 먹는 대신 이곳은 딸과 어머니가 조용히 저녁 식사를 하는 곳이란 말이다.


밤의 의미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을 한다. 밤은 다음 날을 위해서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니 사람들이 특별히 활동을 하는 것보다 이렇게 차분하게 하루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일리가 있어 보인다.



시골도 거의 다 파하고 야식을 조금 파는 상점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젊은이들을 만난다. 이 것도 조금 있으면 파할 분위기다. 소도시는 이제 더 이상 밤이 무엇을 발산하거나 심지어 창조(??)하거나 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도 나도 이 조용하고 고즈넉함에 젖어버렸다. 이곳은 이런 곳이다. 없는 것은 없다. 있을 것은 다 있다. 하지만 사람들 사람의 에너지 교감이 없다. 그것이 가장 다른 점이다 물론 이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이런 소도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도시와 도시를 비교하면 점차 극과 극이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것은 피라미드 형식으로 서울과 경기를 향해 가고 있다. 나머지 도시들은 그것을 따라가거나 흡수되는 것에 불과하다. 밤의 모습은 그것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한 번 도시를 향해서 나간 물고기는 웬만해서는 시골이라는 연못을 찾아 되돌아오지 않는다. 이 것이 안타까운 점이다. 무엇인가 계속 내어주기만 하고 점점 쇠락하다가는 정말 모든 것이 다 사라질 것만 같다는 것을 밤에 보면 뚜렷이 알게 된다.


작은 도시의 불빛도 살아나면 좋겠다. 비록,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숱한 번 들이키고 달려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라도 더 많은 불빛이 사람들을 반기고 유혹하면 좋겠다. 그래야 도시가 아닐까. 


2024년 5월 12일


글, 사진 고대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