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Nov 28. 2022

마지막 명상

발리에서 함께 호흡한 순간들

발리에서 YTT(Yoga Teacher Training)을 수강했던 것은 발리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 이 과정 동안 배우고 느낀 것은 수도 없이 많다.


YTT의 마지막 날, 클로징 세리머니를 하고 마지막 명상을 했다. 3주간 매일 아침 명상을 함께 했었는데, 함께 하는 마지막 명상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웠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로를 마주하며 동그랗게 둘러앉아 여느 때처럼 편안한 자세로 손을 무릎에 올리고 허리를 펴고 눈을 감았다. 선생님의 가이딩에 따라 호흡을 이어가며 최대한 내가 있는 이곳에 마음을 놓으려고,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 노력했다.


2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눈물이 났다. 코 끝이 찡해지면서 울컥하더니 눈물이 줄줄 흘렀다. 대체 내가 왜 지금 우는지 모르겠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갑작스러운 마음의 동요에 괜히 머쓱해져서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해서 눈물을 닦았다. 선생님이 이제 서로의 손을 잡고서 눈을 뜨라고 했다. 눈을 뜨자마자 한국인 언니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언니도 나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말은 하지 말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라고 했고, 친구들과 한 명씩 눈을 맞추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런 말은 안 했지만 온 마음으로 통하는 느낌이었고 울고 있는 나를 친구들이 눈으로 위로를 해주는 듯했다.


왜 갑자기 눈물이 터졌을까. 아직까지도 확실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 순간의 감정은 그저 그렇게 모르는 채로 두고 싶다. 그것 자체로 내게 너무 소중하기에 굳이 감정을 정의 내리고 싶지 않다. 분명했던 것은 그 순간 그 공간에서의 내 마음이 아주 편안했다는 것이다. 마음이 아주 고요했고 내 마음에 여백이 있는 듯했다. 그렇게 마음이 무탈해서 완전했고, 이런 감정을 느끼는 지금 이 시간에 감사했다. 밖에서 세차게 내리는 기분 좋은 빗소리를 들으며 평화로운 이곳에서 요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이 시간. 이 시간 속에서 내 마음은 아주 안전했다. 우리가 함께 호흡했던 수많은 순간들을 기억한다. 국적, 나이, 성별 모든 것이 다르지만 요가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는 같았다. 우리는 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3주 동안 함께 호흡했다. 하루 종일 좋아하는 요가를 했고 하루 종일 요가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고 이 공간에서 우리의 온 마음은 서로 교류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음껏 누리고 즐겼던 그 시간이 그립다. 요가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통했던 그 나날들의 공기가 그리운 저녁이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한 삶을 위해서, Be yourself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