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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거창하지만 늘 어딘가 부족하다

2주간 시어머니 기적의 식단 프로젝트 23. 22일 차

by 콩소여

나는 요리할 때마다 인터넷 검색을 한다.

매번 끓이는 된장국이지만 항상 다른 게시글을 보고 끓이기 때문에 맛이 다 다르다. (레시피대로 하지도 않고 내 맘대로 하면서도 꼭 참고한다.)

이렇게 실험정신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연구원의 자세로 요리에 임하기 때문에 늘 맛이 없다.

맛이 점점 더 좋아지게 만들고자 하는 의욕보다는 안 해본 새로운 요리를 해보는 데 주안점을 두기 때문이다.

식탁 위에 실험 결과들을 올려놓고 식구들의 평가를 받을 때면 언제나 조마조마하다.

간혹 맛있다고 칭찬을 받은 실험 결과물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다음번에 또 내놓으면 어김없이 꽝이다.


연구 실적들이 별로여서 요리 의욕을 상실해 한동안 주방을 떠난 적도 있었다. (배달음식으로 연명을...)

보다 못한 남편이 자꾸 이상한 거 하려고 하지 말고 평범한 걸로 루틴을 돌리라고 했다.

콩나물, 시금치, 두부, 계란말이(계란말이는 난이도 상이라 아직도 못함 ㅠㅠ)...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보글보글 된장찌개 냄새가 나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그 소원을 들어주기가 참 힘들다.

된장찌개에 자꾸 이상한 걸 집어넣고 싶어진다. ㅠ

한 번도 안 해본 신박한 요리가 자꾸 아른거린다.


점심식사
사골국, 시금치 훈제 오리고기, 사과 한쪽, 쿠키 2조각

어디선가 본 듯한 시금치 훈제오리고기.

어디서 봤더라? 학교 급식으로 나왔던가?


집에 시금치 풍년이다.

어머니가 박스째 주문을 하셨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한봉다리씩만 사다 먹다가 이렇게 박스째 배송 온 시금치의 실물을 처음 영접했다.

일일이 손질 다 해서 한꺼번에 데쳐서 냉동실에 소분해서 얼려 놓으라고 하셨다. (이렇게 하면 오래 먹을 수 있다고.)


스스로 자발적으로 할 때는 한 개도 안 귀찮은데

하라니까 너무 하기 싫다.

에잇, 손질해서 냉동실에 넣기 전에 최대한 여기저기 많이 써야겠다.

시금치 네 이놈! 딱 기다려!


시금치 페스토 만들기와 피넛버터 90 초빵

시금치 페스토.

먹어본 적도 없는 음식 만들기 ㅋㅋㅋㅋ

믹서기에 넣고 갈기만 하면 되니까 참 편하네.

맛은 뭐 그냥 딱 시금치 맛이지.


요거트 쓰리베리

최고의 간식.

식후땡.


저녁식사 준비하기: 아몬드 우유 크림 리조또

심지어 여기에도 시금치가 들어가네?

삼시세끼 시금치 ㅋㅋㅋ


저녁식사
닭구이, 아몬드 우유 리조또, 김치, 양배추 요거트 샐러드

에어프라이어로 후딱 닭을 구웠다.

교촌치킨 레시피를 참고했던가?

이렇게 해 먹으면 앞으로 절대로 못 시켜먹는댔는데...

다 그짓말이다.




내가 하는 요리는 이름만 거창하지 신기하게도 맛이 거의 다 비슷하다.

밍밍하기도 하고, 닝닝하기도 하고, 기름지기도 하고.

여기서 크게 못 벗어난다.

뭐랄까.. 재료가 그냥 다 살아있는 맛이랄까? 어우러지지 못하고?

표현이 참 어렵다.


원인이 무엇인가?

몇 년째 시어머니가 요리할 때 유심히 지켜보아도 그 답을 모르겠다.

누가 요리 고수님이 그 이유를 좀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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