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시어머니 기적의 식단 프로젝트 24. 23일 차
이어령 선생님의 <거시기 머시기>라는 책에 나온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자기 남편을 서방이라고 하는데, 책방이라는 뜻이란다.
남편을 책방이라고, 서점이라고 부르는 민족은 한국인밖에 없을 거라고...
우리 남편은 책을 잘 안 읽는다. (한참 읽는 시기가 있긴 한데 그 시기가 지나면 전혀 읽지 않는다.)
나는 거의 강박적으로 독서를 하는지라 일 년에 200여 권을 읽는다.
그럼에도 늘 남편과 대화할 때 남편의 지혜에 감탄하곤 한다.
그런 날 보고 남편은 그렇게 책 읽어서 뭐 하냐고 놀린다.
내가 일 안 하고 책만 읽는 조선시대 선비라면 남편은 집안살림 도맡아 하는 현명한 마님이랄까?
남편이 책은 잘 읽지 않지만 내가 무엇을 선택할 때마다 꼭 남편한테 물어봐야 일이 잘 풀린다.
조선시대 바깥양반들이 안주인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점심식사
양배추 샐러드, 시래깃국, 두부, 계란프라이, 낫또, 김치
우유보다는 유제품이 낫고
콩보다는 낫또가 낫다.
발효한 식품은 왜 더 좋은 걸까?
하지만 발효한 김치만으로는 채소를 섭취했다고 볼 수 없단다.
평소 식사에 충분한 채소를 곁들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저녁식사
소고기 스테이크, 상추, 야채구이, 코오구마(코코넛 오일에 구운 고구마), 사골국, 밥, 김치
퇴근 후 저녁식사 준비를 후딱 했다.
어차피 밥 해 먹을 거 어머니 거 일인 분 더 차리고, 숟가락만 놓으면 된다.
삼대가 같이 살면 생활면에서는 딱히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심리적인 어려움만 존재할 뿐.
오랜만에 밤에 남편과 맥주 한잔을 기울였다.
코젤다크 250ml
코젤은 예전에 남편과 유럽여행으로 체코에 갔을 때 먹어보고 완전 반한 맥주다.
그 뒤로 한국 마트에서 발견하고 어찌나 반가워했던지.
맥주의 세계로 입문시켜 준 코젤. (그전엔 맥주는 배만 부르다고 소주만 마셨...)
나는 아무 소리도 안 했는데
남편이 어머니 계셔서 힘들다 소리를 먼저 꺼냈다.
우리끼리만 지내는 거랑 그래도 누가 집에 계시다는 건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고.
남편은 어머니와 사이가 굉장히 좋지만 같이 사는 건 또 다른 문제인가 보다.
아무래도 효자 남편이 어머니의 이것저것을 많이 신경 써 드리느라 피곤한가 보다.
난 이런 대화에서는 늘 할 말이 없다.
맞다고 하기엔 정 없어 보이고
아니라고 하기에는 걱정이 앞서고
그냥 목구멍으로 맥주만 꿀꺽 삼킨다. (무언의 긍정?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