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시어머니 기적의 식단 프로젝트 21. 20일 차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할아버지를 집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모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몇 년은 약간의 치매도 있고, 거동이 불편하셔서 어머니가 매일 할아버지가 옷에 실수하신 용변을 처리해야 했다. 5남 5녀의 그 많은 자식들은 명절 때나 또는 제사 지낼 때 가끔 파리바게트 빵이나 잔뜩 사 오곤 했다. 어머니가 더 이상 다 같이 제사는 안 지낸다고 선언한 뒤였지만 혈연지간까지 끊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가 걱정되어 집에 들르는 자식들은 아버지만 보고 아버지의 똥빨래는 모른척하고 집에 가기 일쑤였다. 피가 하나도 안 섞인 큰며느리 혼자 오롯이 이 일을 처리하면서 나직이 내뱉는 신세한탄하는 소리는 어린 내 귀에도 선명하게 들렸다.
할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이름을 부르며 물 떠 오는 등의 심부름을 시켰고 밖에 나가서 뻥튀기, 공갈빵, 붕어빵 등을 사 오라고 돈을 들려 보냈다. 추운데 밖에 나가서 사온 공갈빵을 나도 먹고 싶어서 조금만 주시면 안 되냐고 여쭸다. 할아버지는 웃을 때마다 틀니가 빠져서 덜렁거렸데,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아무 대꾸도 없으시고 웃기만 하셨다. 조용히 할아버지 방 문을 닫고 나오면서 쿠당쿠당 혼자 성질을 내곤 했다.
가끔은 할아버지가 부를 때 소파밑에 들어가 숨어있기도 했다. 먹을 것도 안 주고 시키기만 하고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할아버지가 미웠다. 중학교 다닐 때 할아버지가 온 가족이 다 모인 채로 방에서 임종을 맞이하셨는데 심부름 안 하고 도망 다닌 것이 죄송해서 엄청 울었다. 나에게 합가란 이런 기억뿐이다.
2주간 기적의 식단 프로젝트가 끝났다. 나 혼자 2주로 알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대놓고 언제 올라가실지 물어보기도 그래서 그냥 하루하루 연장하고 있다. 괜히 남편한테 서울에 시아버지 혼자 계시는데 이렇게 계속 지내도 괜찮냐고 돌려서 물었다.
남편은 괜찮단다.
벌써 20일째 시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다. 나도, 남편도 출근을 해서 딱히 집에서 해드릴 일은 없다. 그나마 식사 주도권이 있었을 때는 의욕이라도 있었는데, 이젠 시어머니가 드시고 싶으신 대로 드시는지라 잔소리해 봐야 입만 아프다. 맺고 끊음이 확실해야 한다는 인생의 교훈을 배웠다. 이러다가 프로젝트 전체가 ‘나가리’가 되어버릴까 봐 노심초사 중이다.
점심식사
김밥, 블루베리머핀
김밥이 드시고 싶으셔서 집앞에서 사 오셔서 드셨단다.
김밥은 절대로 키토식이 아니다.
김밥을 먹으면 생각보다 밥을 엄청 많이 먹게 된다.
김밥을 먹고 나면 바로 배가 고파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저녁식사
삼겹살, 양파 구이, 양배추 찜, 상추, 김치, 아보카도, 도미노피자 두 조각씩
내가 엄청 좋아하는 아보카도.
아보카도는 탐수 함량이 낮고 건강한 지방 성분으로 되어 있어 키토식에 필수인 재료로도 뽑힌다.
보통은 샐러드나 다른 요리를 해서 먹지만 저렇게 그냥 먹어도 맛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크리미 한 고소함이랄까?
아보카도는 다 좋은데 후숙 시키기가 어려워서 한꺼번에 많이 사기가 어렵다. ㅠ
남편 직장 선배가 도미노피자를 시켜주었다.
당연히 어머니는 안 드실 줄 알았는데 드셨다.
사람마다 참을 수 있는 능력치가 각각 다 다른가보다.
나는 눈앞에 맛있는 것을 참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나를 짜증 나게 하는 사람들을 참는 능력은 없다.
어머니는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상냥하게 대하는 능력이 있지만 먹을 것을 참는 능력은 없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