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속에 그 시절의 내가 있다.
왜 노래는 아무리 들어도 지겹지 않지?
말은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반복해서 들으면 지겹다.
글도 같은 단어나 내용이 반복되면 지루해진다.
그런데 음악은 수없이 반복해서 들어도 좋다.
아니 좋아하는 음악은 계속 다시 듣게된다.
글에 리듬을 더하면 시처럼 자꾸 들어도 좋아지나 보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리듬의 음악을 발견하면
반복해서 듣고 안정감을 느끼려한다.
거기에 가사까지 와닿는다면 마치 나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느끼게 된다.
이별 후엔 이별 노래만 들리듯이, 내가 듣고 싶은 말의 가사가 내 귀에 들린다.
음악을 즐기기 좋은 때는 이동할 때다.
예전에 시외버스를 타게되면 좋아하는 노래들을 듣곤 했다.
버스 바깥의 풍경을 보며,
평소보다 조금 더 큰 볼륨으로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잠시 다른 세계에 혼자인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노래를 들으며 몽상에 빠졌다가 현실로 돌아온다.
실제로도 출발했던 곳과는 다른 곳에 도착해 있다.
신기한 건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그 음악을 들었을 때다.
특히 몇몇 노래들은 과거 당시의 장면을 불러온다.
마치 타임슬립을 하듯 예전 그 노래를 자주 듣던 그 시간, 그 공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박효신의 노래는 나를 고등학생 시절로,
Onec 노래는 베트남에서 지내던 시절로 데려다 준다.
수업 일찍 마치고 집에 돌아왔던 날 오후.
박효신 노래 들으며 엄마와 점심 먹던 부엌 구석의 우리 둘의 모습이 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이 순간이 행복하다 생각했던 17살의 내가 있다.
Onec 음악을 들으며 밤 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고 있는 나의 모습도 있다.
동기 언니와 슬리핑 버스로 이동하면서 잠이 오지 않아 Onec 영화의 노래들을 반복해 들었다.
창밖 어두운 풍경들을 바라보며 조금은 울적했던 27살의 내가 보인다.
그때 함께하던 사람도 그 공간도 지금은 없다.
그래서 그 노래를 들으면 먹먹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어제 일처럼 떠오르는 장면과 선명한 느낌은 노래들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