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피아노 학원에서 크리스마스맞이 연주회가 열렸다.
아이는 이미 며칠 전부터 실수할까 봐 걱정이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온다며 떨린다고 했다.
아이는 피아노 치는 건 좋아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걸 유난히 떨려한다.
"사람들이 잘하나, 못하나 보러 가는 게 아니야. 모두 예쁘게 볼 테니 너무 긴장하지 마."
작년 이맘때에 처음 연주회에 갔었다.
아이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특히 딸이 없는 나는 리본 달고 드레스 입은 여자아이들이 유난히 눈에 밟히기도 했다.
올해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피아노 학원으로 향했다.
올망졸망한 모습과 아이들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에 흐뭇하고 행복했다.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에 엄마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나 역시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때 피아노학원에 다녔었다.
피아노를 배운 지 얼마쯤 지났을 때 엄마는 100만 원이 넘는 영창피아노를 사주셨다. 지금도 큰돈인데 당시에는 대단한 플렉스였다. 평소 백 원 하나도 아껴 쓰는 엄마가 그렇게 큰돈을 쓰다니! 우리 엄마의 어떤 희망이 담겨있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한다.
게다가 친척 언니가 피아노를 잘 쳐서 모스크바로 유학을 다녀왔다. 엄마도 내심 그런 미래를 마음에 품었을지 모르겠다.
아직도 친정에 있는 피아노는 명절에 놀러 가면 아이들이 한 번씩 쳐보는 비싼 장난감이 되었다.
또 다른 아이가 나와 인사하고 자신이 연습한 곡을 연주하고, 관객들은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아이들의 옆모습이 이렇게 예쁘구나 한 명 한 명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얼마나 많이 연습하고, 마음을 졸였을까.
그 마음이 떨림이 전해진다.
실수해도 괜찮아.
떨리는 너희의 피아노 선율이 더 아름답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