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마지막 인사
결혼하고 신혼집이었던 월계동을 벗어나
남편 회사 근처인 분당까지 이사 가게 되었다.
안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월계동도 분당도 낯선 곳이었다.
이사한 곳은 오래된 15층 아파트 가장 높은 15층 집이었다.
옆집에는 돌이 안된 딸을 키우는 부부가 살고 있었다.
아기 엄마는 하얀 얼굴에 동그란 안경을 쓴 모습이 조용하고 차분한 인상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친분이 쌓여 아기를 데리고 놀러 오기도 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니 결혼 후 생긴 나의 첫 이웃이었다.
임신 중인 나는 아기가 마냥 신기하고 예뻐 보였다.
어느 날은 아이가 머리에 권투선투 같은 모자를 쓰고 왔다.
여기저기 머리를 부딪혀 다치지 않게 보호해 주는 거란다.
권투 보호 모자를 쓴 아기는 식탁 밑으로 들어가 머리를 콩콩 박으며 여기저기를 기어 다녔다.
아이가 자라 돌잔치에도 초대받았다.
다음날 와주어 고맙다며 치즈케이크 조각을 나누어 주었다.
이후 겨울이 되었고 나는 예정일보다 빨리 첫아이를 출산했다.
옆집 부부는 아기 내복을 사서 직접 병원으로 찾아와 주었다.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받은 첫 출산 축하, 첫 아기 선물이었다.
얼마 후 이웃집이 먼저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사 날, 밖에 서 있는 게 안쓰러워 우리 집에 와 있으라고 권했다.
그것이 고마웠는지 미안했는지 딸기를 사다 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몇 달 후 나 역시 합가 하며 이사를 했고, 문자로 이사 소식을 전했다.
아이가 3살 때쯤인가 중고나라에서 괜찮은 유모차를 발견했다.
가격이 너무 싸서 몇 번을 확인한 후, 신림에서 반포까지 거래하러 갔다.
유모차를 사고 돌아서는데 동네 마트 앞에서 그 이웃과 마주쳤다.
“어머!”
어느새 두 딸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고
아이들과 간식을 사러 슈퍼에 나온 길이었다.
놀라움과 반가움이란!
길게 이야기 나눌 상황은 안되어 집으로 돌아와 서로 안부를 전했다.
분가해서 이사했다고 이야기해 주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여러 이웃을 만나고 헤어졌다.
나는 이사 간 이웃들에 다시 한번 꼭 인사를 전한다.
이사 후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났을 때 이사는 잘했는지, 새로운 곳에 잘 적응했는지를 물어본다.
노래 가사처럼 언제 어느 곳에서 다시 만날지 모를 일이다.
연락이 유지되기도 하지만 멀어지는 사람이 더 많다.
하지만 대부분 마지막 인사로 그 사람이 기억되곤 한다.
그래서 마지막 인사를 한 번 더 하고 나면 마무리를 잘 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