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예요?
언제쯤 안녕했냐고 선뜻 물을 수 있는 날이 올지 불편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죠. 저는 제가 의심할 나위 없는 집순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니까, 어쩐 일인지 답답한 마음도 들어요. 그래서 어제는 오랜만에 학창 시절 친했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봤어요. 직접 얼굴을 맞대면 좋겠지만, 문자로라도 안부를 알고 싶었거든요. 그랬더니 다들 다양한 방식으로 답을 주더라고요. "안녕?", "오랜만이네, 반갑다!", "한송이, 오랜만이다~" 등등. 우리나라 인사말, 참 많죠?
한국어 학습자들에겐 한국어를 사용하는 게 당연지사겠지만, 인사를 주고받을 땐 가끔 영어로, 불어로, 중국어로, 일어로 건네기도 해요. 그러면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학생들의 경계심도 살짝 누그러지는 것 같고. 그게 바로 인사가 갖는 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대의 안녕을 나눌 때 묻어나는 따뜻함 때문에요. 저는 요즘 아기들이 허리를 꾸벅 숙이며 안녕하시냐고 물을 때 만연하는 미소를 멈출 수가 없는데요, 전에는 무섭기만 하던(?) 존재가 이리 귀여워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시도 때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두려웠거든요. 예컨대, 이건 뭐예요? 저건 뭐예요? 왜 그래요? 같은 것들이요. 아이러니하게도 제 어린 시절이 그랬다고 해요. 전 그랬으면서 정작 제가 그 물음을 무서워하다니, 웃기죠. 그래도 이때 대답을 잘해주지 못하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만들어낸 공포라고 생각하고, 늘 아이들을 위한 대답을 고민한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친구들의 어휘력이 급증하는 때 역시 이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 다룰 '이건 뭐예요?' 단원을 학습한 순간부터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의 이름을 익히기 때문이죠. 책상, 가방, 볼펜, 책... 여러분 주변에만 해도 가지런히 놓여 있을 거예요. 그림 카드를 딱히 준비하지 않아도 교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의 명칭을 소개해주다 보면 시간도 빨리 흐르죠. '이거는'은 '이거+는'이 함축된 버전이기 때문에, 그 점을 미리 설명하고, 말하는 이에게 가까이 있거나 말하는 이가 생각하고 있는 사물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고 알려줘야겠죠? 그것은 듣는 이에게 가까이 있거나 듣는 이가 생각하고 있는 사물을, 저것은 말하는 이나 듣는 이로부터 멀리 있는 사물을 가리킨다는 차이점도 함께요.
사물이 뭔지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이번 단원은 질리도록 반복하게 될 거예요. 이건 뭐예요? 저건 뭔가요? 그건 뭐죠? 그러면서 문법적으로 하나 확장해 볼 건데요, 그땐 위 질문이랑 관련 있는 표현을 학습할 거예요. 먼저, 첫 번째는 'N 있어요?'라는 문장입니다. 현재 다루고 있는 강의 단원들은 1급 수준에 이르는 학습자들을 위한 내용인데, 이땐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우선적으로 배우거든요, 그러니까 정말 기본적으로,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만 알아두는 게 목표인 셈이에요. 시의성을 담기 위해서 감염병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대해 토론하겠다는 콘텐츠는 절대 불가능하단 말이죠. 그러니까,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살 때, 직원분께 사고자 하는 물건의 유무를 물을 수 있는 생존 필수 문장이 우선이란 얘기예요. '물 있어요?' 이 문장, 반드시 배워둬야겠죠?
친구들끼리 물건 놓고 오면, 물건 많이 빌리잖아요. 그걸 여기다 연결 지을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송이 씨, 지우개 있어요?' 하고요.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 간단히 대답할 수 있겠죠. 그러면, 거기서 이 말만 추가하는 거예요. 'N 주세요.'하고 말입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여기 있어요.'하고 전달할 수 있겠네요. 이거 친구들끼리 짝 이뤄서 하면 생각보다 즐거워해요. 저도 한국어 교원 자격증 취득을 목적으로 실습수업에 참여하기 전까진 다 큰 성인이 이런 공부를 하면 과연 한국어 공부에 동기 부여가 될 것이며, 지속적으로 학습 의지를 키울 수 있겠는가 의심이 컸거든요.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다들 재미있게 잘 따라와요. 어린 시절, 처음 영어를 접했을 때 부모님의 공로 덕에 저 역시 지금까지도 영어 공부를 함에 있어서 거부감이 없거든요. 물론 여전히 논문 읽는 데에 허덕이는 미천한 실력이지만,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자신합니다. 그때 부모님은 저와 제 동생을 위해서 영어 동화책으로 연극을 해주셨거든요. 유치원 학예외 때 백설공주 영어 연극에서 주인공을 맡았으니, 얼마나 즐겼는지 가늠이 되시겠죠? 한국어도 이들에겐 외국어인 만큼,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해주는 게 중요해요. 선생님의 역량이 드러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전 부끄럽지만 아직 중고급 학생들이 편해요. 언젠가 능수능란하게 모든 급수의 학생들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리라 믿고 오늘도 열심히 책을 뒤적여 봅니다.
'과/와'의 차이는 '은/는', '을/를'만큼이나 헷갈려하는 것 같아요. 이게 왜 구분이 어려울까, 받침이 있으면 과/은/을, 없으면 와/는/를. 우린 그냥 아는 문법인데, 외국인에겐 외워야 하는 규칙이라는 게 지금도 새롭기만 합니다. 그래도 한 번 익혀두면 다들 금방 익히고, 활용해요. 나중엔 틈만 났다 하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죠. 초반에는 일일이 대답했지만,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전부 사용할 줄 알게 된다면, 아예 저들끼리 묻고 답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듣기 문제나 말하기 부분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고 말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교실에 있는 사물부터 활용하시는 게 선생님도, 학생들도 수월할 거예요.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면 강의 중에 교실 외 사물로도 어휘를 확장하시는 건 당연하지만, 그게 안 된다고 해도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어요. 우리에겐 과제라는 좋은 학습 도구가 있으니까요. 한국에서 처음 본 물건이나, 자기 나라에만 있는 물건들을 그리고 그 아래에 이름을 써서 카드를 만들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개중에 효자손이나 죽부인을 소개한 친구도 있었어요. 아직 바디랭귀지가 없으면 안 되는 수준이지만, 충분히 이해하니까 오히려 더 시간이 빨리 흐르는 강의가 되기도 했죠. 단어를 보고 이름을 맞히는 게임 있잖아요, 예능에서 많이 다루는 것들. 모두 즐거워하니까 활용해보시는 것도 추천할게요. 물론, 어학당이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예요. 어르신들을 모셔놓고 이런 게임을 하는 건, 아무래도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네요!
발음도 중요하겠죠. 초급 때 놓친 발음은, 평생을 가도 고쳐지지 않으니까요. 한국어는 특히 발음이 틀리면 완전히 뜻이 바뀌는 경우들이 많으니까, 모두 유의하실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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