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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한송이 May 10. 2023

평소와 다른, 하필

10화

살기를 뿜은 것까지는 아니었더라도, 독기가 공격적이었던 미치광이 가위 아저씨는 커피 한 잔에 누그러져 세상 아련한 표정이었다. 서 있기 민망하기도 했고, 깊게 엮이고 싶지 않아 멀찍이 떨어져 앉았지만, 화통을 삶아 먹은 아저씨의 목소리가 귀에 때려 박혔다.


"나는 벌목업자였네. 일을 하면서 행복하다거나 꿈을 실현했다거나 그런 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냥 아버지가 하시던 일 한 거였고, 그거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 특별할 거 하나 없는 삶이었지. 그래서 그냥 살았네. 나이가 차서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 잘 길렀지... 남달랐어, 아주 비상한 아이였어."


"아이한테 문제가 생겼나요?"


잠자코 듣고만 있던 청년이 질문했다. 뼈아플 수 있는 얘기를 저렇게 직접 묻다니, 염치, 눈치, 존중 이런 게 남들보다 부족한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아저씨는 개의치 않고 입을 열었다.


"죽어부렀어."


이곳에 오기 전에는 몰랐다. 자식이 먼저 가는 게 불효라는 것은 이론이었다. 아무래도 깊이 공감하기에 내 EQ가 박살 났던 모양이다.

의문 한두 개가 풀렸다.

'너도'에서 '도'는 아이'와' 옆집 청년을 일컫는 말이었다.


" 남들보다 빠르고 용기 있고 대단한 애였어. 특별한 삶을 살겠다고 뛰쳐나갈  걱정도 됐지만 응원도 했거든. 평소에도 자주 뛰쳐나가고 했응께… 이렇게   알았으면, 말렸을 걸세."


아저씨는 엉엉 울었다.


평소와 다를 거 없었던 어느 날, 아저씨의 아이는 사고로 생을 마감했고, 아저씨는 그날 따라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고통을 똑같이 느끼기 위해서, 손을 베여가며 가위질을 하면서. 자신의 손을 내어주면서까지 돌아가고 싶은 이유가 있을 거다.


"여기 와서 보니께 애 엄마가 날 간호하고 있더구먼. 반쯤 야위고 머리카락도 미친년처럼 정리도 안 하고 그냥 밤새 나를 씻기고 말도 걸고 만지고 하더구먼. 참나, 애 잡아먹은 남편이 뭐 예쁘다고."


울음소리가 거세졌다. 억지로 참지 않고, 마치 벌가벗은 임금님처럼 모든 게 오픈되었다. 아저씨는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했다. 하지만 돌아가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아이를 잃고 힘들어하던 부인이 자신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걸 볼 수 없어서. 죽은 사람은 그만이지만, 두 명을 잃은 유족은 평생 두 배 이상의 괴로움에 묻혀 살아야 하기 때문에.


문득 친구 한 명이 떠올랐다.

늘 남다르던 아이, 이름조차도 남다름이었던 중학교 동급생.

그 아이도 아저씨처럼 자신으로 인해 주변 사람이 피해를 받자 숨어버렸다. 행방불명이 된 자식을 찾아다니는 여전한 가족들이 있었지만, 다름이는 먼지처럼 사라졌다. 혹시 그 아이를 여기서 마주치게 되진 않을까, 섬뜩했다. 아니, 소름 끼치는 냉기가 머리를 짓이겼다. 아니길 바라며, 아저씨를 힐끔 훔쳐봤다.


젠장.


다름이의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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