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엄청 말썽 피웠는데 올해는 담임샘이랑 궁합이 잘 맞나보네"라는 말을 듣게 했던 아이가 있다. 그런데 그 궁합이라는 것이 약빨이 다 했는지 그 아이가 요즘 자꾸 사고를 친다. 스케일이 엄청 크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것이 참 보기가 그렇다. 게다가 친구들이 나에게 와서 얘기하려고 하면 돈을 줄테니 말하지 마라, 또는 샤프를 줄테니 말하지 말라고 거래를 하려고 한다.
그러면 안되는 거 알지만 아이에 대한 감정이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는 중에 어제 또 친구과 다툼을 해서 상담할 일이 생겼다. 샘한테 말 안 하면 돈을 주겠다는 말에 더 화가 난 친구가 나에게 해결해달라고 온 것이었다. 아이를 옆에 앉혀 놓고 얘기를 하다가 "네가 말썽을 부린다고 해서 샘이 너를 버리지는 않아. 그러니까 친구들이랑 거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솔직했으면 좋겠어."라고 얘기했는데 늘 변명이 많던 그 아이가 아무 말 없이 꺼이꺼이 울었다.
아이의 흐느낌에 많이 당황스럽고 안타까웠다. 옆 반 샘께 말씀드려봤더니 아마도 그 아이는 문제아 취급 받지 않는 경험을 너무 오랜만에 해서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아 그랬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셨다. 그 말씀을 들어도 그 아이의 눈물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진작 얘기해줄 껄. 내가 너를 버리지는 않는다고. 난 아직도 멀었다. (2014.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