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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공항 Aug 13. 2024

요가동아리


오늘은 1학기 요가동아리 수업 마지막 날이었다. 올해는 정말로 요가를 배우고 싶어서 온 아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수업을 하며 참 행복했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준비물 안내를 하면서 평소에 어떤 운동을 몇 시간 정도 하는지 물어보았다. 리듬체조, 발레, 현대무용을 전공에 염두에 두는 아이들을 비롯해서 태권도나 합기도 등을 꾸준히 해 온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모두 6학년이었다.


그럼에도 요가는 모두 처음이었기에 아이들이 동작을 보고 따라할 사람은 나 한 명이었다. 개개인을 봐줄 시간이라고는 전혀 없이 가운데에서 아사나를 보여주면서 수업을 해야했다. 게다가 초보자에게 가르치려고 보니 요가 동작들이 어쩜 하나 같이 손발의 위치며 힘의 방향이 복잡한지. 기초를 잘 잡아주고 다치지 않게 해주고 싶어서 같은 아사나도 매 시간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서 제시하고, 파트너 활동을 통해 몸의 올바른 정렬을 안내하고, 초보자에게 맞게 변형한 아사나를 제시하고. 나름대로 이런저런 궁리를 열심히 하며 수업을 했다.


집에서도 스스로 수련할 수 있도록 빈야사 시퀀스를 제시해주고 싶었기에 매 시간 기본 빈야사 시퀀스를 반복했다. 동시에 매 시간 시퀀스를 구성하는 아사나들을 하나씩 다루었는데, 처음에는 몇 개 못 하고 중간중간 아기자세를 해야했던 아이들이 제법 플로우를 타며 아사나를 하게 된 모습을 보니 참 뿌듯했다.


22명의 아이 중 남자아이들도 6명 정도 되었다. '요가는 여자 운동'이라는 널리 퍼진 편견에 혹시라도 위축될까봐 일부러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남성 요기들의 파워풀한 아사나 영상도 보여주고 나름 노력을 하긴 했다. 하지만 나의 노력 이전에 편견 없이 요가 동아리를 선택해 찾아와 준 아이들이 참 고마웠다.


모든 요가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작 중 하나인 '사바사나'를 우리 부서 아이들도 금방 사랑하게 되었다. 매 시간 끝날 때마다 언젠가 한 번은 사바사나만 한 시간 하게 해달라고 조르고, "왜 요가는 하고 나면 피곤하죠?" 라고 묻던 남자아이 하나가 오늘도 똑같은 말을 반복하더니 "근데 제가 해 본 운동 중에 요가가 가장 재미있네요."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한 학기에 9시간. 1년에 총 18시간 밖에 안 되는 짧은 만남이지만 아름다운 아이들과 에너지를 나눌 수 있어서 많이 감사하다. (2019.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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