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을 기념해서 3학년이 모두 모여 반별 이어달리기 시합을 했다. 각 주자가 자기네 반 5m 정도 앞에 있는 고깔까지 직선으로 달려갔다가 돌아오는 경기였다. 여자팀이 경기할 때 우리 반 두 번째 주자는 고깔을 넘어뜨렸고, 그걸 본인이 다시 세우고 와야한다고 생각 했는데 잘 세워지지 않아서 한참을 씨름하다가 늦게 들어왔다.
그냥 돌아가라고 소리치면서 달려가서 세워주었지만 그랬음에도 시간은 제법 많이 지체되었다. 우리 반이든 다른 반이든 똑같은 일이 또 생길 것 같아서 그 자리에 계속 머물면서 넘어지는 고깔들을 세워주었다. 내가 학년 막내이기도 해서 강당을 비우고 교실로 돌아가기 전에 고깔도 치우고 불도 끄고 이런 저런 정리도 했다.
그랬더니 점심 시간에 반 아이 하나가 왜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처럼 우리 출발하는데 안 서 있고 뒤에서 다른 반 고깔을 세워주었냐고 했다. 그래서 그럼 내가 거기서 다른 반 고깔은 넘어지는 거 보고 있고 우리 반 고깔만 세워주면 되겠냐고 대꾸했더니 왜 마지막에 불도 선생님이 끄고 고깔도 선생님이 치우냔다. 다른 선생님도 결승선도 해 주시고 그러지 않았냐고 했더니 그래도 선생님은 노동을 하는 것 같았다고 선생님만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안 든댔다.
그러고보니 이번 주에 학교에서 어린이날 선물이라고 수요일에는 1,2,3학년을 대상으로 연극공연을 보여주고 목요일에는 4,5,6학년을 대상으로 아카펠라 공연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 담당자라서 아침부터 무대 설치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찾아드리느라 아이들 아침활동 시간에 문제를 풀리고 뛰어갔다 오고. 쉬는 시간에도 틈틈이 확인하느라 도장을 모아 상품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한테 미안하다고 다음 시간에 오라고 말하고는 뛰어 갔다오곤 했다.
모두들 이번주는 행사가 많아서 학교 오는 부담이 적다고 이야기했는데, 3일 연속으로 있는 행사가 모두 다 내 업무여서 나는 계속 마음이 무거웠었고, 왜 나만 이렇게 발을 동동거리며 살아야하나 싶어서 약간 서러웠었다. 그래서 아이가 그렇게 말해주자 눈물이 핑 돌았다.
몇 주전에는 아이가 나에게 선생님이랑 가장 친한 친구는 직업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래서 선생님은 가장 친한 친구는 없고 10명 정도 친구가 따로따로 비슷한 정도로 친하다고 대답했다. 그랬는데 갑자기 그 중에 남자가 있냐고. 없는데 그건 왜 물어보냐고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있으면 선생님 뺏길 것 같아서 싫댔다.
그냥 웃고 말았는데 요새 참 많이 사랑 받고 사는구나 싶었다. 힘들어도 담임을 한다하기 잘한 것 같다. 매일매일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아이들 덕분에 시들시들했던 나도 점점 생기를 찾아가고 있다. (20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