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을 하다보면 전출입이 많은 해가 있다. 올해 우리 반이 그렇다. 38명의 아이 중 3명이 여름방학식에 전학을 가고, 오늘 또 한 명이 전학을 갔다. 말이 전학이지 한국학교로 가는 아이도 없어서 아이들이 나갈 때마다 조금 짠하다. 2학년이라 교육 내용이 아직 어렵지 않은 시기이긴 하지만, 국제학교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섞여 하루 종일 외국어로 수업을 들으며 잘 지낼까 싶어서.
여름방학식 때는 마침 책상을 다 밀고 둥글게 둘러앉아 게임을 했었기에, 게임을 마치고 전학 갈 아이 세 명을 원 안으로 불러들이고, 돌아가면서 악수를 하거나 안아주면서 친구들과 인사말을 나누도록 했다. 그랬더니 오늘 전학 갈 예정인 남자아이가 나에게 와서 “선생님, 저도 작별인사 할 거예요?” 라고 물었다. 한 명이라서 할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아이가 원하기에 마지막 시간에 시간을 주었더니 친했던 친구들을 한명한명 정성껏 안아주고 갔다. 그리고 나도.
여름방학식에 전학 간 여자아이 중 하나는 전학 갈 날이 다가오자 나에게 와서는 “선생님, 저 이제 전학 가니까 매일 한 번씩 안아주세요.” 라고 했다. 아이의 당돌함에 조금 당황했고, 자꾸 까먹어서 매일 안아주지는 못했지만, 아이를 안아주면서 나도 많이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방학식날 하교지도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왔을 때, 그 날 전학 가는 또 다른 여자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교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아이도 나를 한참 안아주고 갔다.
개학하고 며칠 후 하교지도를 하고 돌아오는데 손이 허전했다. 여긴 교사별로 담당 스쿨버스가 있다. 나는 34호차 중 3호차 담당이어서 반 아이들과 교문에서 인사하고 꽤 오래 걸어가야 했다. 전학 간 여자아이 중 한 명은 4호차를 타고 하교를 했는데, 내가 3호차를 향해 걸어가고 있으면 내 손을 슬쩍 잡고 신이 나서 함께 걸어가곤 했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전학을 간 것이었다.
9살 아이들은 많이 어리다. 아주 기초적인 단어만을 사용해서 단순한 대화만 할 수 있다. 감정도 분화가 덜된데다가 자기중심적이어서 눈치도 없다. 그래서 고학년을 지도하면서 느낄 수 있는 대화가 통하는 느낌이라든가 공감 받고 이해받는 느낌 이런 건 전혀 기대할 수 없다. 함께 한 시간을 ‘추억’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어색한 아주 어린 개체들. 그런데 이렇게 아이들은 몸에 기억을 남긴다. (2017.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