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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공항 Aug 18. 2024

프롤로그 - 교사 권하기 힘든 세상

최근 교육실습생(교생)을 지도할 일이 있었다. 주변 교사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초등교육을 전공했다고 꼭 교사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꼭 이야기해주라고 했다. 교사가 경험하는 실제적인 어려움들도 구체적으로 말해주라고 했다. 그래서 초봉이 적은데 임금상승률이 1%대로 최저임금의 임금상승률보다 낮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급여가 다른 직업과 비교할 때 점점 더 적어진다는 것, 학생이 담임에게 욕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해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면 일단 아동학대고소로 응수하는 학부모가 많다는 것, 이전과는 달리 자기 자녀만 챙겨달라는 이기적인 학부모가 폭증하고 있다는 것을 교생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교사가 되었다가 다른 직업을 가지려면 수능부터 다시 준비해야 하니 대학에 적을 두고 있을 때 신중히 생각해보고 임용고시에 응시하시라고 했다.



15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교직경력이지만 무지성 아동학대 고소로 교육현장이 변한 만큼 나도 많이 변했다. 숙제 때문에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교사를 정서적 학대로 고소한 학부모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1주일에 한 번 내주던 글쓰기 숙제를 더 이상 내주지 않는다. 먹기 싫은 반찬을 강요했다고 정서적 학대로 고소당할까봐 더 이상 나물 반찬이 나왔을 때 한 줄기는 먹어보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급식시간에는 나물반찬을 먹는 아이가 거의 없다. 밥과 고기반찬만 먹는 아이들이 대다수이고, 어떤 날은 디저트만 받아서 입에 넣고 바로 식판을 치우는 아이들도 있다. 수업시간에도 일부 학부모는 아이 가방에 넣어 보낸 녹음기로 교실 상황을 듣고 있겠구나 생각한다. 아이들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에도 중재하고 학부모에게 알리지만 내가 따로 반성문을 쓰는 등의 훈육은 하지 않는다. 친구에게 사과하라고 권했다고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세상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교사인 친구들과 모여서 얘기하다가 보면 종종 “우리나라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학년을 가르치더라도, 해가 갈수록 미세하게 학생들이 점점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성이 떨어짐을 느낀다. 학부모 역시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가 스스로 해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보다는 본인이 나서서 해결하려 하고, 교사에게 본인 자녀만 챙기도록 무리한 요구를 하는 비율이 늘어났다. 이런 변화 속에서 새삼 공교육이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공간이었구나를 역설적으로 체감한다. 학교는 함께 생활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었는데 이제 그것을 가르치기 어렵게 되었다는 느낌이다. 여전히 사랑스럽고 규칙을 잘 지키는 학생들의 비율이 훨씬 높지만, 그런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 피해를 입었을 때 교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무력감이 조금씩 커진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을 나누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교실에서 아이들과의 이야기는 공개된 공간에 올리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시간이 지나서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특정할 수도 없는 정도의 시기가 되고나니 모아둔 일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싶었다. 그런데 학교가 너무 많이 변해 버려서 지금의 교실과는 많이 다르기에 글마다 쓴 날짜를 명시해두었다. 그리고 이전의 학교가 지금보다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간에 존중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좋지 않았던 에피소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혼자만 보는 일기장에 적어 두고 교실에서의 예쁜 순간과 보람을 적어 놓은 글들만 공유하였다. 주절주절 길게 적는 것은 옛날에 있었던 좋은 이야기들만을 보고 혹시라도 진로를 초등교사로 고민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마음 때문이다. (2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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