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公僕
고애신 최유진(Eugene Choi) 내외 보시오.
사진은 최유진 당신이 어릴 때요. 그때 우연히 마주친 고사홍 대감 앞에서 "하늘을 봅니다. 검은 새 한 마리가 온 하늘을 망칠 수도 있구나 싶어서 봅니다."라고 했다오. 바로 고애신 당신의 조부 말이오.
공복公僕. 한자는 공평할 공公, 종 복僕 자를 쓰오. 공공의 종이란 뜻으로 미국말로 Public servant라 하오. P로 시작하오. Servant가 종이오. 요즘은 공무원 또는 공직자라 부르오. 조선 땅에 이제 종은 없소. 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자들이나 양민을 자기 종으로 착각하는 사람은 아직 있소. 그 옛날 종은 주인에게 충성했다 하오.
근자에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가 자가 나타났소. 그자는 조직에 충성하고 조직이 주인인가 보오. 그런데 국법에서는 그 조직의 주인, 나아가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고 정해놨소. 그러면 그자의 주인은 실상 국민이 아니겠소? 그자가 충성하는 조직의 법도는 제일 상전인 큰 주인은 안 따르고 제일 가까운 작은 주인만 따르면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좀 위태롭소. 큰 주인이 조금만 달리 들어도 그 말은 반역이라고 들릴 수도 있겠소. 종들이 따로 우두머리를 세우고, 성도 쌓고, 힘도 기르고, 역모를 꽤하는 그런 모양새 아니겠소.
누가 들을까 겁나오만, 혹 자기가 왕이 되고 싶은 건 아니겠냐는 말이오. 명민함을 높이 사서 주인이 종으로 써주고 새경도 주는 것인데, 되려 그 명민함에 취해 자기들끼리 뭉쳐서 왕을 세우고 주인에게 대드는 꼴이 아니겠소. 그러게 그 옛날부터 명민하고도 어진 자를 뽑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힘든가 보오. 미국에 애들 보는 그림책에 '사자왕Lion King'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 것과 진배 없소.
내 평소 내세울 것도 없고 그냥 무던한 성격인데, 뭐 좀 있다고 그거 믿고 으스대는 꼴을 잘 못 봐서 이리. 당신들 내외 목숨값은 해야 하는데 이제 와서도 그게 이리 힘드오. 미안하오. 덕분에 우리는 이밥에 고깃국 먹고 자유롭게 지내는데. 여튼 잘 쉬시오. 여기는 우리가 또 뭐 어떻게 해 볼테니. 좀 늦더라도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