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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곱새

과식

by 스토리

난 소곱창을 좋아하는 편이다.

아니 쉽게 먹을 기회가 없어 그럴 것이다.

값이 비싸기도 하고 여자들이 먹기 부담스러운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그렇다.

지난번 몇 년 만에 지인과 둘이 십만 원으로 먹었었다.

우리 얘들도 그걸 좋아하는 걸 보면 타고나는 유전자가 틀림없다.

그러던 차에 컬리에서 배송받아 어제 열어보니 내용물이 푸짐하고 알차서 놀랐다.

새우도 낙지도 곱이 든 곱창도 좋았다.

마침 부산 시청 화장실에 버려져 벨기에로 입양 된 드니성호 다큐를 보던 중이었다.

부산사람이 부산 낙곱새를 차려 놓고 부산 입양인 기타리스트를 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조합이다.

고급 소주와 곁들여 이인분을 남기자니 성가셔 다 먹었더니 느끼하기 짝이 없어 쌈밥으로 입가심을 하고 커피로 마무리를 해야 했다.

식탐이 오히려 기분을 불쾌하게 만든다.

급기야는 소화제를 먹어야 했다.

미련한 짓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질리게 만든 꼴이라니.

다음엔 반드시 둘이 먹기로 한다.

어제의 여파로 오늘은 굶기로 한다.

이렇게 집에서 아주 간편하게 끊이기만 하면 되는 낙곱새를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 또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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