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같은 나의 영어 실력
내가 해외에 살았던 기간을 다 포함하면 약 3년 반에서 4년 사이가 된다.
누구에게는 영어를 배우기에 짧은 기간일 수도 혹은 충분한 기간일 수도 있다.
나는 후자라고 생각했었다.
해외에서 1년 정도 살면 영어는 다 마스터할 수 있는 거 아니야?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오빠가 고등학교 때 교환학생으로 약 1년간 미국과 캐나다에서 생활한 이후 영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걸 보며 영어 마스터하기 어렵지 않다고였겼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중3 때 영어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에서 약 2년 반 넘게 캐나다에 있으면서
무조건 오래 있다고 해서 영어를 다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캐나다 학교에 온 첫날 2년 넘게 캐나다에 머문 한국인 학생이 영어를 여전히 능숙하게 못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노력하지 않으면 외국에 있는다고 해서 영어를 늘리기 힘들다.
사실, 나는 해외에 있으면 내향적인 모습을 숨기고 상당히 외향적인 사람이 되는데 그 이유가 다 '영어, 영어, 영어' 때문이었다. 한국처럼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집에만 있게 되면 영어를 늘릴 수 있는 기회를 크게 얻기 힘들다. 물론, 최근에는 집에서 유튜브 등으로 혼자 영어를 독학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나 당시에는 유튜브 또한 활발하지 않던 시점이었고 외국에 왔는데 집에서만 영어를 독학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초등학교 수준도 안되던 나의 형평 없었던 영어 실력에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빠르게 영어가 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꿈꾸던 원어민처럼 자유롭게 영어를 사용하는 실력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리고, 다시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을 다니면서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실력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2년간의 캐나다 생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영어 관련 문제가 있을 경우 당연하게 나를 찾았고 나의 실력이 원어민급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했었다.
이러한 그들의 기대가 나에게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왔고 이 때문에 오히려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싫었고 쓸 때마다 높은 긴장감 때문에 실력보다 더 못한 영어 실력을 보여 준 적이 많았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남들이 나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영어 실력 그 이상을 보여줘야만 할 것 같았다.
특히,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캐나다에서 정말 산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진땀을 흘린 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나는 미국 뉴욕에서 다시 해외 생활을 시작했을 때 이번에야 말로 영어 실력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특히, 나는 캐나다에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한국인과 멀어지기 위해 노력했고 주로 현지인이나 한국을 제외한 해외 친구들과 교류하며 지냈었다.
단기간에 영어 실력이 점점 느는 것을 느꼈다. 하루 종일 영어를 쓰고 영어가 들리는 환경에 있다 보니 긴장감은 높고 머리는 아팠지만 그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했었다.
특히, 16명의 외국 룸메이트들과 함께 지냈기 때문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영어를 사용하며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또한, 밋업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 또는 language exchange를 하려는 현지 미국인과 만나서 많은 시간을 영어로 '대화'하려고 했다.
보통 이렇게 약속을 잡아서 밖에서 사람들과 교류한 경우 한국이었다면 집에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에너지를 충전했겠지만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일부러 한 마디라도 더 하기 위해서 항상 거실에 나가서 룸메이트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친분을 쌓기 위해 먼저 약속을 잡았었다.
주말에는 집에서 쉬어야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고 믿는 내향적 성향을 가진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영어를 늘리기 위해,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향인으로서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어느 날, 언어 교환을 함께 하며 친해진 미국 현지 친구와 뉴욕 시내를 드라이브하면서 딱히 생각하지 않고도 엄청난 속도로 영어를 내뱉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친구 또한 '너처럼 빠르게 영어를 말하는 외국인은 처음 본다'라고 할 정도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영어 실력이 빠르게 늘었었다.
그러나, 내가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내가 대화한 상대의 경우 나의 영어 실력을 알고 있고 최대한 배려를 해주는 입장이거나 상대 또한 완벽하지 않은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우선, 언어 교환하는 친구의 경우 처음부터 내가 영어를 공부하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친구 또한 한국어를 배워야 했기 때문에 가르쳐준다는 개념으로 대화를 진행했었고, 집에서 함께 사는 룸메이트들 또한 현지인도 있었지만 다른 국가에서 온 친구들도 많았기 때문에 서로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하다 보니 오히려 부담 없이 영어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뉴욕 영상 회사에서 인턴을 할 때 총 10명의 현지 인턴들과 함께 일을 했었는데 갑자기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었다.
당시에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정도 붙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미국에 처음 도착한 날의 상태로 되돌아가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혼자 인턴으로서 근무하며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섬머 인턴십 프로젝트로 다른 인턴들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반가움이 컸었다.
그리고, 그들과 처음 일을 할 때 오히려 내가 사수의 포지션에서 업무를 분담해줬고 회사에 관한 설명을 할 정도로 무리 없이 커뮤니케이션했었다.
그러나, 나를 제외하고 모든 인턴들이 미국 현지인이거나 네이티브급의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업무를 할 때 있어서 점점 속도의 차이가 나기 시작했었다.
특히, 촬영할 때는 상당히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대화나 업무적 커뮤니케이션이 오고 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점점 그들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위축감을 느꼈던 것 같다.
워낙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한 탓인지 언어를 배울 때 남들보다 빠르게 실력이 느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보통 영어나 다른 국가의 언어를 빠른 속도로 배우는 사람을 보면 일단 말을 망설임 없이 뱉고 실수 속에서 배우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러나 말을 하기 전 나의 언어를 자가 검열 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배우는 속도 면에서 느렸던 것 같다.
이 때문에 미국에 온 이후 룸메이트와 언어 교환을 한 친구들 덕분에 처음으로 완벽함을 생각하지 않고 자유롭게 영어를 사용하면서 영어 실력이 빠르게 올라가는 나 자신을 보며 놀랐었다.
그러나 여전히 롤러코스터 타는 것처럼 나의 영어 실력은 사람에 따라서 하루는 무서운 속도로 높이 올라갔지만 그 다음날에는 급 하강 하듯 떨어지는 것의 반복이었다.
아무리 반복해도 제자리 걸음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내가 스노우보드를 처음 탄 것은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인 16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스키장을 꾸준히 간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스노우 보드를 배웠었고 미국에 인턴을 와서도 스키장에서 스노우보드를 탔었다.
그런데 의문인 것은 배울 때마다 실력이 다시 처음 탔을 때처럼 제자리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스스로 운동신경이 꽤 있는 편이라 생각하고 무엇이든 빨리 습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왜 항상 스노우보드와 영어는 배우면 배울수록 점점 더 못하는 것 같은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스노우보드와 영어를 배울 때 공통점이 있다면 나의 마음가짐과 감정이다.
일단, 하기 전부터 못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전제하고 두려움과 걱정이라는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시작했었다. 이 때문에 당시 상황에 따라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나의 실력은 롤러코스터 탈 때처럼 우당탕탕 움직이고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잘하려는 마음이 강할 수록 나는 잘 하지 못하게 된다.
하고 싶은 열망이 클 수록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제는 잘하고 싶은 스노우보드도 능숙해지고 싶은 영어에 대한 마음도 조금 내려놓아야 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