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라 Mar 01. 2022

내가 그토록 해외로 떠나려고 하는 사정

처음은 무섭고 처음은 즐겁다 

"도대체 너는 왜 자꾸 해외로 떠나려고 해?"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사실 나도 왜 내가 그토록 해외로 떠나고 싶어서 안달인지 몰랐다. 


나는 국내에 있을 때, 주말에 외출하는 것 대신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 많은 곳 대신 조용하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내향적 성향을 가졌다.

그러나, 해외에 가면 현지인보다 그 동네를 많이 알 정도로 도시 곳곳을 구경 가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나를 '국내향인', '해외향인'으로 소개하고 싶다.

그렇다. 나는 국내에서는 내향인, 해외에서는 외향인이다.

왜 자꾸 해외에 가려고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장소에 따라 변화하는 나의 성향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무섭고 불안하면서도 동시에 즐겁고 설렌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떨리지만 그 떨림 자체가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변수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싫어하지만 동시에 예측되고 익숙해지는 것에 대하여 금방 싫증을 낸다. 이런 모순적인 성향 탓에 나는 항상 처음을 무서워하면서도 즐거워해서 계속 새로움을 찾아 떠난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해외로 계속 떠나려고 했었다.

항상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속에 가면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지만, 그 긴장감을 이겨내고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 참 즐거운 것 같다.


사실 나는 새로운 환경에서 곧잘 적응하는 건 아니다. 

완전히 인싸가 되어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항상 내가 처음 가는 곳, 나를 모르는 사람들, 생소한 문화와 환경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활발한 사람이었나? 내가 이렇게 생활력이 좋은 사람이었나?

낯선 곳에서 적응을 하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내 성향이나 능력들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더 신이 나서 새로운 일들을 찾아다니게 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매우 외향적인 사람이 되어 해외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며칠 전 미국에 있을 때 사진을 다시 보게 되었다.

뭐가 그렇게 즐겁고 신나는지 카메라를 의식한 웃음이 아니라 정말 치아가 다 보일 정도로 모든 사진에서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낯섦과 동시에 익숙함을 느꼈다.


"나 이런 모습도 가지고 있었지." 

매일 반복되고 예측되는 일상을 살다 보니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잊어버렸던 것 같다. 

일상 모드 스위치를 킨 것처럼 똑같은 생활을 하다 보면 점점 나의 모습 또한 예상 가능해지고 뻔해져서 어제와 오늘이 똑같고 내일이 기대가 되지 않아 진다. 처음이 무서우면서도 즐거운 것은 내가 그 '처음'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할지 나 자신도 예상 가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내향인, 해외에서는 외향인,

물론 때로는 그 반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이 다 내 안에 있던 모습이며 어떤 환경, 어떤 사람,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서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이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새로움이 매번 기대가 된다. 

그래서, 나는 매 번 새로운 곳으로 떠나려나보다.


이전 11화 미국 현지 인턴들 앞에만 서면 얼어버렸던 사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