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책 깨우기 10
여기, 예쁜 동그라미가 있습니다. 여러 동그라미가 있지만, 모두 같지는 않지요. 이 동그라미들이 많은 경험을 합니다. 파란 꿈, 빨간 열정, 검은 고통, 투명한 상상. 그리고 각각의 동그라미들은 각자의 모습을 갖게 됩니다.
가수 이소라 님의 "바람이 분다"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노래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중략)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 바람이 분다 (이소라)
둘이 같이 한 사랑도, 각자에게 다르게 적힙니다.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완전히 같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같은 일을 겪고, 같은 것을 보면서도 서로 다르게 기억하지요. 그래서 같이 책을 읽고 나누는 것은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이 책으로 2018년, 황성혜 작가님께서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셨습니다. 그림이 정말 귀엽고 예쁩니다. 그리고 그 안에,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귀가 가득합니다.
나는, 우리는 어떤 동그라미일까요?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어떤 동그라미면 좋을지 생각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주무시기 전에, 한 번 내 동그라미의 생김새를 찾아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동그라미들이 퐁퐁 터져 나올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커버이미지: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 앞표지(출처: 알라딘 인터넷 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