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꿀

한여름 밤의 꿀

나는 그에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어떻게 취득했어요?”라고 카톡을 보냈다. 그러자 그는 “실례가 안된다면 직접 만나서 알려 주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기가 공부했던 공인중개사 책을 전부 가지고 나왔다. 어디에서 공부를 했고 어떤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고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 정말 자세히 알려 주었다. 나도 그에게 호감이 있어서 그 자리에 나왔고 그도 그러했다. 2014년 7월 14일, 우리의 둘만의 한여름 밤의 꿀이 시작되었다. 3개월 간의 연수원 생활이 끝났고 (이제부터 그를 세윤이라 하겠다.) 세윤은 부산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그는 나와 만나기 전에 1 지망에 부산을 썼었다. 다시 번복이 되지 않았고 그는 부산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한여름 밤에 장마가 기승했을 때 우리는 버스정류장에서 펑펑 울었다. 우린 만난 지 30일 만에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었다. 세윤은 2주일에 한번씩 나를 보기 위해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 그렇게 4개월을 다니고 그는 지점에 이야기를 하여 수도권 발령을 요청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 수원지점으로 보내 주어서 그렇게 우리는 다시 편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첫 직장이자 첫 직무인 영업관리자 업무는 순탄치 않았다. 영업관리자는 아르바이트생을 채용, 교육, 일일 매출 정산, 점 마케팅 업무를 하는데 매장이 바쁠 때에는 아르바이트생의 일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근무는 3교대로 E근무(07:00~15:00), A근무(13:00~22:00), D근무(22:00~07:00) 근무를 4명의 관리자와 번갈아 가면서 교대근무를 한다. 프랜차이즈 아르바이트를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내가 영업관리자를 하려고 하니 나와 너무 맞지 않았다. 현장은 바쁘고 신경이 날카로운 분위기였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나에게 막 대해주어서 고맙다. 덕분에 퇴사 후에 내가 원하는 꿈을 목표로 다시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2014년 12월 31일까지만 다니는 것을 목표로 6개월을 다녀 보았다. 돈을 쓰러 갈 여유가 없던 생활을 지속했던 터라 700만 원의 목돈을 만들었다. 세윤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고 우린 동시에 첫 퇴사를 했다.

 나는 세윤에게 부동산업계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었고,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세윤은 점포개발 직무와 임대차 직무를 하고 싶어 했다. 토익은 한 번도 준비한 적이 없었고, 법학과 환경공학을 복수 전공하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었고 대학시절 중개실무 경험이 있어서 입사지원을 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세윤은 당당하고 자존감이 높았다. 피자 프랜차이즈, 네일아트 프랜차이즈 점포개발, 호텔 개발 시행사 등 서류를 넣는 곳은 어디든 면접을 볼 수 있었다. 마침 K그룹에 오피스 임대차 직무에 지원했는데 최종 합격을 했다. 세윤이 합격한 회사는 나도 대학시절 다니고 싶었던 회사이기도 했다. 그가 합격하는 것을 보면서 스펙이 부족하다고 자신을 낮출 필요도 없고 스스로에게 당당할수록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새해가 되자마자 차근차근히 원하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영어 회화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컴퓨터 자격증과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내가 고생하며 번 돈이기에 더 절실하게 했다. 그리고 4월부터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했다.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주말엔 하루 종일 쉬고 평일에만 아침 10시부터 저녁 19시까지 집중해서 공부를 했다. 세윤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두 번에 걸쳐 합격하여 어려운 자격증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해서는 합격하기 어렵다고 했다. 나는 내 공부스타일에 맞추어 D-100일이 되면서 주말에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모의고사를 한 번도 보지 않고 온라인 진도를 성실히 공부해서일까? 다행히도 1,2차 시험을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