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방해하는 5가지 마음의 장애 - 3. 해태와 혼침
3. 해태와 혼침(흐리멍덩한 마음) : 주로 게으름, 무기력, 위축, 우울, 덤덤함 등으로 나타납니다. 해태와 혼침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행 대상(호흡 감각, 자애 마음 등)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고, 활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일상에서의 흐리멍덩한 마음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요소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덤덤한 편이라면 흐리멍덩한 마음 상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잠깐 흥미를 가지던 분야가 있더라도 쉽게 지루해지거나, 어려움에 직면하면 빠르게 관심이 식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포기하고 귀찮아지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쾌/불쾌에 해당하는 감정이 잘 일어나지 않고 무덤덤합니다. 이처럼 감흥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니 스스로 차분하고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마음이 현재의 대상을 명확히 알지 못하고 부유하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살아있으나 마음이 온전히 기능하지 않습니다. 명상 수행에서는 이런 상태를 ‘어리석음’으로 정의합니다.
명상에서의 해태와 혼침
명상 시 수행 대상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시간이 지나면 점점 몽롱한 상태에 접어들게 됩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꾸벅꾸벅 졸고 있게 됩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명상에 집중해 보지만 이윽고 다시 깜빡 잠든 상태로 진입하죠. 명상 초심자들은 ‘요즘 내가 피곤했나 보다.’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몸의 피로와는 다릅니다. 마음이 수행 대상의 변화를 놓쳤기 때문에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이며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 중입니다. 이처럼 마음이 ‘대기 상태’로 빠져들면 명상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컴퓨터를 건드리지 않고 한동안 가만히 놔두면 이윽고 화면이 꺼지며 대기 상태로 넘어갑니다. 다시 키보드나 마우스를 건드리기 전까지는 이 상태에 머물죠. 명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지런히 수행 대상을 따라잡지 않으면 점차 마음의 활력을 잃고 비활성화 상태로 전환됩니다. 이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점점 고개가 바닥을 향하고, 척추가 굽어집니다. 드물게는 아예 잠에 빠져 몸이 뒤로 넘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치 기절하는 느낌이죠.
아주 재미있고 즐거운 상태, 좋아하는 것을 하는 상태를 떠올려보겠습니다. 이때는 몸이 피곤하더라도 순식간에 정신이 맑게 깨입니다. 귀찮음이 몰려와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곧 피곤함은 잊어버리고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게 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몇 시간은 쉽게 지나갑니다. 말 그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죠.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축구 경기 시간이 다가오면 다른 모든 것을 정리하고 축구 경기에만 빠져드는 것도 비슷한 예시입니다. 그 시간만큼은 축구에만 몰입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이나 스포츠 등과 같이 감각 자극을 추구하는 것은 명상의 목적과 방향성이 다릅니다. 그러나 활력 있는 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예시들이죠.
해태와 혼침은 앞서 설명한 상태와 정반대의 상태입니다.
마음의 활력을 일으키는 방법
호흡의 경우, 바닥에 앉은 자세에서는 상당히 미세한 수행 대상이기 때문에 초심자들은 쉽게 흥미를 잃습니다. 이때 걷기 명상이 도움 됩니다. 걷는 감각은 호흡보다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대상입니다. 따라서 흥미를 지속하기가 수월합니다. 실내 혹은 실외에서 성인 보폭으로 10~12걸음 정도 거리를 오가며 걷기 명상을 시도해 보세요. 처음에는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각에 마음을 둡니다. 이 방식이 낯설다면 ‘걸음, 걸음‘, ’왼발, 오른발‘하며 명칭을 붙여도 좋습니다. 다만 명칭은 발바닥의 감각이 시작되는 시점에 매우 간결하고 단호하게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점차 마음의 힘이 생기면 발바닥의 감각이 일어나는 과정을 세밀하게 알아차려봅니다. 아주 재미난 경험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또 일상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한 번에 처리하면 마음이 쉽게 산만해집니다. 눈으로는 스마트폰을 탐색하고 귀로는 노래를 들으며 동시에 길을 걷거나 밥을 먹습니다. 이런 멀티플레이는 마음이 대기상태로 빠져들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때 마음은 자연스레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며, 그것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줄곧 대기상태에 머뭅니다. 뭘 해도 무덤덤하고 큰 재미가 없죠. 점점 마음의 활력이 약해지고 만사가 귀찮으며 무기력해집니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이런 상태를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마음의 힘을 키우기 좋은 방법은 걸을 때는 걷기만 하는 것입니다. 밥을 먹을 때는 밥만 먹는 것입니다. 한 가지 행동만 주의 깊게 하는 습관을 들이면 마음은 점차 활력이 생깁니다. 현재의 대상에 몰입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집중력도 좋아집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노래를 듣지 않으면 어색하고 혼란스러우신가요? 당신의 마음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 즉시 몸의 감각으로 마음을 이동해 보세요. 앉아있다면 엉덩이와 의자가 닿는 감각, 서있다면 발바닥이 땅에 닿아있는 감각에 관심을 기울여보세요. 혹은 호흡 감각에 마음을 두어도 좋습니다. 어떤 감각이든 가장 감지하기 수월한 곳에 집중해 마음이 잠시라도 머물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마음은 쉽게 이곳저곳을 표류하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다가 힘을 잃게 됩니다.
나의 마음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각, 느낌 등의 대상에 흥미를 두는 것입니다. 외부가 아니라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죠. 이것은 오로지 스스로의 의지와 결심으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