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식레터
24살 여름, 신혼여행 간 점장님 대신 한 달의 절반 정도를 편의점에서 보낸 적이 있었다. 주변에 군부대와 택시 아저씨들 밖에 없었던 그 편의점은 진상은 드물었고 손님은 가끔 있었다. 너무 작은 편의점이어서 우유칸의 냉기가 카운터로 쏟아지는 그곳에서 나는 내가 편순이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일들을 헤아리곤 했었다. 아. 아직 네 시간이나 남았네. 시간과 통장에 있는 잔고도 같이 세보면서.
오전 11시 10분이면 삼각 김밥류의 물류가 들어왔다. 아주 소량의 콘돔과 종이컵과 같은 잡화도 있었다. 특이한 걸 겁내지 않는 나는 매번 쏟아지는 신상들을 살펴보면서 먹어볼지를 판단하곤 했다. 12시가 되면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을 폐기처리하고 하나를 골라서 먹었다. 사먹을 때는 참치를 고르지만 그때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었다. 대게딱지장, 계란장조림, 불닭맛... 전자렌지에 돌리면 삼각 김밥이 눅눅해져서 돌리지 않고 찬 걸 먹었다. 새벽 6시에 오픈을 해서 오후 6시에 퇴근을 했기에 음료는 항상 2+1하는 커피를 달고 살았다. 어떤 커피에 카페인 함량이 높아서 가성비가 좋은지 다른 알바생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상품을 꺼내고 촤르르 진열하는 일. 때때로 너무 심심하다보면 다시금 이곳저곳을 정리를 하곤 했다. 아무도 닦지 않은 카운터를 닦기도 하고 담배의 갯수를 헤아리기도 했다. 담배는 보루를 뜯으면 강한 냄새가 나는 것들이 있었다. 낱개로 뜯어놓으면 냄새가 바로 가시는게 신기했다.
음료칸은 특히 바로바로 채워야 보기가 좋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음료창고에 들어가 채우곤 했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해 하면서, 겨울에는 덜덜 떨면서 했다. 그 안에 있으면 누가 들어오는 것 같은 환청을 듣곤 했는데. 몇 번 그걸 겪다보면 실제로 손님이 들어와있는데 무시할 때도 있었다. 한창 정리하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진열장 너머 손님이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튼 나는 그곳에서 내가 이곳에 있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을 헤아리면서 가끔 무서울 때가 있었다. 앞으로 괜찮을까 하는 질문은 사실 답이 없었기 때문에 차가운 음료와 함께 삼키곤 했다.
몇달 후 편의점을 그만두고 나는 다른 일을 하며 잘 살고 있다. 그때 편순이가 했던 삶에 대한 답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벤 과자에 대한 관심과 정리로 나는 한달에 한번 간식을 주문하고, 하루에 한 번씩 탕비실을 점검한다. 과자 봉지를 뜯고 빈 통을 채운다.
삶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때는 주변에 대한 정리가 도움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리고 반듯하게 가득 차 있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안도감을 주기 때문에. 작은 단 것들로 동료들이 좋은 기분이 들었으면 하면서.
11월 11일 탕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