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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un 25. 2022

사이 공간을 열며,

아침 공기가 좋습니다. 바삭하게 말린 새하얀 빨래의 촉감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어제 땀 흘려 집안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공간을 털어 내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냥 내가 사는 공간을 털고 닦고 자리를 옮겨주었을 뿐입니다. 그저 그렇게 나와 공간 사이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공간을 재설정한 것 같습니다. 때때로 옮겨 주던 화분의 위치는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합니다. 닿은 곳이 마치 원래부터 제자리인 듯 어울리는 풍경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잦은 이동은 몸살 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제가 그렇게 부지런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나와 너의 숨결이 막막해지면 내 사이의 존재들을 마주하려고 합니다.


가령, 지금처럼 이른 새벽 일어나 음악을 틉니다. 요즘 제 리스트를 다 털어내었습니다. 늘 고정적으로 흐르던 같은 음악들이 조금씩 심드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했던 곡들이었는데 너무 오래 들었습니다. 너무 가까이 와서 느낄 사이가 줄어드는 걸 느낄 때였습니다. 그래서 모두 비워냈습니다. 그리고 느낌 따라 듣습니다. 지금은 아침이니까 아침 음악을 듣습니다. 선곡이 어렵지 않습니다. 낯설었던 너투브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조금 덜 낯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설렘이 왔습니다. 좋은 느낌은 내가 설렐 수 있다는 느낌을 만지는 순간 피어납니다. 그것이 무엇이던 자신의 가슴이 부르는 소리에 화답하기 시작합니다. 너와 나 사이, 세상과의 거리도 그럴 거라 마치 처음 알듯 달그락거립니다.



그리고 나의 꽃밭으로 달려가 앉습니다. 유난히 꽃들이 예쁩니다. 제 마음도 예쁘기 때문이라고 말해줍니다. 조금 떨어져 앉습니다. 그 사이로 아침 바람이 오도록, 가만가만 그 사이로 헐거운 그리움이 피어나도록 말입니다



아마  마음이 자는 내내 나를 부추겼나 봅니다. 유난히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마치 그리워지기 시작한 그리움처럼 쉬는 주말 아침의 고요를 빠르게 깨웠습니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  그 사이에서 내가 찾은 행복입니다.



마침,

며칠 전 꽃 시장에서 사 온 백합도 피기 시작했습니다. 어여쁩니다. 사이를 이어주는 그 모든 모두 다 같이 삽니다. 순해지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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