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일지] 비행기에 탈 때 요구하고 싶은 한 가지는?

Deportee (강제추방자) 이야기

by 낯선여름


러시아 비행기 탑승구 앞.

오늘 Deportee 25명 특이사항 체크.

탑승 시작 10분 후 출입국관리소 직원분들과 함께

20명 넘는 러시아인들이 손목에 짙은 감색의 천수갑을 한쪽씩 나눠 끼고 우르르 등장했다.


대다수가 20대인 러시아국적. 남여 비율 7:3


일반적으로 강제추방되는 사람들 중에는 범죄에 연루된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불법체류자들도 상당하다. 특별히 무서워하지도, 연민을 느끼지도 않으려 한다.


일반 고객 탑승 이후 탑승하기 위해 기다리는데

그 친구들 항공권을 대행해 주는 나이 있는 여성분께서

출국 직원앞으로 나와 좌석을 바꿔달라고 요구한다.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있는데 옆에 앉고 싶어하니 붙여달라고.

좌석을 이 경우 바꿔줘도 문제가 없는지 재확인 하시는데, 또 크게 남자친구 여자친구라 같이 앉아야 한단다 ^^

자못 긴장되고 심각한 분위기였는데

나 혼자 마스크 뒤로 피식 웃는다.

팬데믹 시대에 좌석 띄어앉는 중인데

불명예스럽게 추방되는 와중에도

같이 앉기를 요구하는 간절한 연인이라니.


천 수갑은 항공기 문 앞쪽에서 관계부처 직원들이 풀어주고 들여보낸단다. 중간 도망 우려가 있어 끝까지 확인하고 문 닫는 것을 직접 확인해야 임무 완료.


그러나 저러나, 결국 좌석을 바꿔 나란히 앉은 그 연인. (중간 한 자리는 거리두기로 비워있겠지만) 비행기 안에서는 수갑 풀린 두 손 꼭 잡고 가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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