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김과장님이 보내온 사진, '안전제일 절대감속'
그녀를 잊고 있었다.
김땡땡 과장님. 48세. 여.
남편과 같은 여행사에 근무.
초등학생 아들 하나.
2015년 중간규모의 여행사 10개를 맡으면서
김 과장님이 근무하는 여행사를 맡게 되었다.
전형적인 옛날 스타일의 여행사로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없고 현실의 불평만 많은 뒷방 늙은이 같던 회사.
매 달 실적 감소가 이상할 게 없는 곳이었고,
전임인 선배와 사이가 가장 안좋았다고 들었다.
그녀는 요청 내용을 제목으로 길게 쓰는 특이한 습성을 갖고 있었다. 제목만 봐도 그녀인 줄 알았다.
처음엔 어이 없어서 웃었고, 나중엔 반가워서 클릭했다. 특유의 긍정적 태도와 천성의 선량함이 나를 끌었다.
그녀는 항공사-여행사의 저녁 모임때 내가 호명되면 엄청난 소리지름과 박수를 보내주던 사람이었다. 힘들어도 여행업에서 일하게 된 것이 참 좋다고, 여행을 자주 가지 못해도 이 분위기가 좋다는 긍정 에너지를 종종 설파하곤 했다.
작년, 논문을 늦게 시작해 설문 표본이 부족해 (오랜만에 연락이 민망해) 한참 미루다 연락했을 때도, 주변 지인들 일가 친척들까지 동원해 표본 수를 채워주던 고마운 오지라퍼.
고맙다고 연락한다 해놓고 손쉽게 스타벅스 기프티콘이나 보내고는 이제껏 연락도 안하고 있었다. 그녀는 작년에 그 비전 없는 여행사를 드디어 나와 홀로 독립을 했다고 했었는데, 이 시절에 그녀는? 연락하기가 두려웠다.
인천공항 끝 편에 텅 빈 여행사 카운터를 보다가,
문득, 추석 안부를 묻는 연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자를 보내고 한 시간 쯤 뒤인가,
그녀는 사진 한장을 보내왔다. (아래 사진)
“접니다~”하고.
코로나가 뭔지 아무리 이력서 넣어도 그 어느 사무직에도 취업할 수 없어서 공장에 다니고 있다고.
매일 18:00~ 24:30까지.
덥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이젠 여기서도 인정받으며 다닌다고. 웃음 이모티콘 하나 넣어서.
어디나 힘들다지만,
함께 일했던 김과장님의 예상치 못한 근황 고백에
마음이 휘청인다.
규모가 적은 업체일수록 방패막도 없이
눈보라 치는 벌판에서 맨몸으로 막아내고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아직도 책상물림으로 지내고 있구나.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이번 연휴에는 용기 내서 다른여행사 분들께도 안부 인사를 건네야 겠다.
그리고, 우리 김과장님에게 쏘주를 사러 갈 것이다.